[책마을] 알고리즘에 포위되고 있는 인간…온라인 세상과 단절이 필요하다

입력 2024-02-23 17:56   수정 2024-02-24 00:55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머릿속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기술이 하나 있다. 바로 ‘알고리즘’이다. 수학적 정밀성과 인간의 심리, 의사결정 구조 등이 복잡하게 결합돼 빚어진 알고리즘은 인터넷에 의존하는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일 체이카의 <필터월드>는 알고리즘이 마치 신처럼 우리가 스스로 내린다고 믿는 결정에 대해서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의 제목인 ‘필터월드’는 인스타그램의 사진 편집 도구인 ‘필터’에서 가져왔다.

인터넷 세상은 인간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 온라인 광고 등은 우리에게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우리는 손끝 움직임 몇 번을 통해 구매할 제품, 들을 음악, 영화와 책, 뉴스 등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소비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목록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체이카는 우리가 누린다고 믿는 자유는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어디에 클릭하고 ‘좋아요’를 누르는가에 따라 어느새 관련 광고나 콘텐츠가 연달아 뜬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알고리즘이 큐레이션이라는 명분으로 우리가 보게 되는 뉴스 헤드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재생하는 음악, 웹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광고 등에 영향을 미쳐 선택 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알고리즘은 인간이 독창성을 잃어버리게 한다. 메타나 X(옛 트위터) 등의 대기업이 알고리즘을 무기로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면서 이른바 ‘디지털 봉건주의’가 나타나고 있다. 알고리즘이 합리적 판단력을 장악한 사례 중 하나는 미국의 대표 지도 앱 중 하나인 웨이즈(Waze)다. 이 앱은 운전자들에게 더 빠른 샛길을 안내했지만, 앱의 안내를 받은 차들이 좁은 도로에 몰리면서 로스앤젤레스 전체 교통을 뒤흔든 바 있다.

저자는 알고리즘이 “문화를 평준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뉴욕과 독일 베를린, 일본 도쿄 등지에 등장한 이른바 ‘힙스터 커피숍’은 인스타그램 등의 알고리즘에 올라타 ‘멋쟁이’가 되고 싶은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체이카는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점점 의사결정 능력을 포기함으로써 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포기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는다.

저자는 디지털과 알고리즘 세상에서 ‘오프라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소 추상적이고 엉뚱하긴 하지만 설득력은 있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타라 이사벨라 버튼의 서평(2024년 1월 19일) <‘Filterworld’ Review: Living for the Gram>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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