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릴리 독점 깨지나…효과 더 좋은 비만약 나왔다

입력 2024-02-28 07:40   수정 2024-02-28 07:4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제약사 바이킹테라퓨틱스 주가가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두 배 넘게 급등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비만약 ‘VK2735’가 시장을 선점한 노보노디스크나 일라이릴리보다 효능이 뛰어나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다.

이날 바이킹테라퓨틱스는 전 거래일보다 121.02%(46.57달러) 오른 85.05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전날 38.48달러에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네 배 이상 치솟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바이킹테라퓨틱스는 비만 또는 과체중인 환자 17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3주간 주 1회 단위로 진행한 중간 단계 임상에서 평균 약 14.7%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위약 대비 13% 효과가 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비만약을 투여받은 환자 중 88%가 최소 10%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 위약 집단은 4%에 불과했다.

브라이언 리안 바이킹테라퓨틱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VK2735를 어떤 용량으로 투입하든, 13주 차에 체중 감량이 더뎌지는 징후는 없었다”며 “투약 기간을 늘리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VK2735는 안정성도 비교적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등 체중 감량 약물 치료 과정에서 으레 나타나는 부작용은 대부분 경증이거나 중간 정도의 강도였다. VK2735를 투약받은 환자 중 임상을 조기에 중단한 비율은 4%에 그쳤다. 위약 그룹에선 6%가량이 조기에 마무리했다.



업계에선 바이킹테라퓨틱스가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복점(2개 기업의 시장 독점) 구도를 무너트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VK2735는 양사 비만약과 같은 GLP-1 계열 치료제다.

헬스케어 전문 투자 자문사 리링크파트너스의 토마스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VK2735의 효능이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젭바운드보다 뛰어나다고 봤다. 후기 단계 임상에서 젭바운드의 체중 감량 효과가 10%에 못 미쳤다는 점에서다.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약의 성공으로 시가총액 기준 유럽 최대 제약사로 발돋움했고, 일라이릴리 역시 존슨앤드존슨(J&J)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제약사에 올라선 회사다.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임상 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바이킹테라퓨틱스의 성과는 확실히 투자자들의 기대를 넘어섰다”며 “VK2735의 데이터는 젭바운드보다 유리하며, 이는 바이킹테라퓨틱스의 분명한 승리”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무운자로,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위고비보다 가파른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며 “두 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평했다. 도이체방크는 “궁극적으로는 비만약 시장에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복점 체제가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였다”면서도 “폭증하고 있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대량으로 약을 생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은 두 회사에 여전한 방어력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이런 전망은 주가에 반영됐다. 이날 바이킹테라퓨틱스의 임상 발표 직후 덴마크 증시에서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최대 5%까지 급락했다. 종가는 전일보다 1.21%(10.20덴마크크로네) 내린 833.90덴마크크로네를 가리켰다. 일라이릴리 역시 장 초반 2.4%까지 하락하다 전날보다 0.90%(6.92달러) 낮은 765달러에 장을 닫았다.

리안 CEO는 “VK2735의 효능 연구를 위한 추가 임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반께 미 식품의약국(FDA) 규제 담당자들과 만나 임상 결과를 평가할 것”이라고 알렸다.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은 2030년까지 1000억달러(약 133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골드만삭스)이다. 전날 독일 제약사 베렝거링겔하임이 자사의 체중 감량 치료제가 강력한 간 질환 치료 효과를 냈다고 발표하는 등 범용성까지 확인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 양사에 대항하기 위한 중소 규모 제약사 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미 화이자와 같은 대형 제약사가 바이킹테라퓨틱스와 제휴하거나 이 회사를 아예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화이자는 자체 개발 중이던 비만약 후보 물질 2종을 지난해 폐기했다. 이 밖에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작년 말 비만약 개발업체 카모트테라퓨틱스를 27억달러에 인수했고,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중국의 비만약 기업 에코진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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