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감독 "세계에서 통하려면 '닭강정'같은 소재라야" [인터뷰+]

입력 2024-03-18 12:17   수정 2024-03-18 12:17



'닭강정' 이병헌 감독이 작품을 공개한 후 소감을 전했다.

이 감독은 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닭강정' 인터뷰에서 "실험적인 작품이라 당연히 호불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시작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직접 쓴 이병헌 감독은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를 달성한 영화 '극한직업'과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던 JTBC '멜로가 체질' 등에서 특유의 리드미컬하고 위트 넘치는 '말맛'을 선보여왔다. '닭강정'에서도 원작의 예측 불가한 유머 코드를 최대한 가져오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색했다.

이병헌 감독은 "제작사에서도 '드라마화하시죠'라고 원작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며 "저를 상대로 낚시를 한 건 아닌가 싶은데, 해볼 만 하겠다 싶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저는 재밌는 소재를 찾아다녔고, 코미디라는 장르를 하고 있다면 뭔가 도전한다면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세계에서 통하려면 '닭강정'과 같은 새로운 소재를 해야겠다 싶더라. 그렇다면 한번 해볼 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대신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고 만들어놓고, 투자가 안되더라도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부담 없이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가장 현타가 온 장면은 '핵'이었다"며 "그건 머릿속에서 정말 재밌었다. 그런데 막상 영상으로 만들려니 안될 거 같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가져가 보자'고 해서 가져갔는데, 오히려 배우분들이 진지하게 작업을 해주셨다"며 "안무연습실까지 빌려서 동작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병헌 감독과 일문일답

▲ 공개한 소감부터.

항상 작품이 나올 땐 설렌다. 이번 작품은 해외까지 반응이 궁금해서 전작들부터 훨씬 기대감이 큰 편인 거 같다. 반응들도 다 살펴봤다. 원작을 보고 처음 보는 댓글, 처음 보는 이야기라는 생각했다. 시작 자체가 도전인 거 같았다. 제작사에서도 '드라마화하시죠'라고 원작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저를 상대로 낚시를 한 건 아닌가 싶은데, 해볼 만 하겠다 싶었다. 저도 재밌는 소재를 찾아다녔고, 뭔가 도전한다면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에서 통하려면 '닭강정'과 같은 새로운 소재를 해야겠다 싶더라. 그렇다면 한번 해볼 만한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대신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고 만들어놓고, 투자가 안되더라도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부담 없이 시작했다.

▲ 류승룡, 안재홍을 캐스팅할 때 우려한 부분도 있다고 했는데,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그냥 좋아해 주셨다. 그분들은 코믹연기, 생활 연기 모두 잘하는 분들이다. 싱크로율까지 높아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는 정도였다. 배우분들이 다행히 재밌게 봐주셨다. 그리고 배우들은 생각보다 진지하게 접근했다.(웃음) 작품은 병맛 코미디인데, 그래서 더 어렵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은 조마조마하고 진지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어려운 연기를 하고 있어서 '밀리면 죽는다', '쫄리지 말자', '불안해도 티 내지 말자' 이런 식으로 진지하게 작업했다.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그랬다.

▲ 김유정, 정호연 등도 특별출연했다.

김유정 배우는 베테랑 선배님의 느낌이 있다. 선배님이 오시면 긴장감과 함께 다들 알아서 잘하게 된다. 김유정 배우가 오면 그랬다. 쉬운 연기가 아닐 때 뚝딱뚝딱 금방 해내고 오는 느낌들이 '이 사람이 기술적으로도 좋은 배우이지만, 정말 선배님 같다'라는 것이 느껴졌다. 정호연 배우는 친분이 있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랑 작업할 때 저는 긴장을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본인도 대사를 줄줄줄 리듬감 있게 잘했다.

▲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이번에도 대거 출연했다. 기시감에 대한 우려에도 계속 캐스팅하는 우려가 있을까.

단순히 친해서 캐스팅하는 건 아니다. 일단 어울리는가, 두 번째로 스케줄이 되는가, 이 부분에 충족이 되어야 하는데 다들 그렇게 시간이 됐다. (웃음) 무엇보다 저는 그분들의 연기가 좋다. 연출자로서 그들의 연기를 좋아한다.

▲ 다른 특별출연자 명단도 화려하다.

조현재는 잘생겼다. '내가 생각한 게 맞는구나' 싶어서 '이제 망가뜨려야겠다' 싶었다. 진영도 이미지가 잘 맞았고, 멋있으면서 빈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망가뜨리고 싶었다.(웃음)

▲ 신선한 소재이지만 호불호도 있다.

호불호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게 나오면 성공이라 생각했다. 이런 장르, 코미디, 해외 관객까지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이런 것들을 포괄하는 재밌는 도전이 될 거 같다. 코미디적인 한국적인 '밈'도 사용했는데, 그래서 해외 반응도 궁금하다. 호불호라는 게 좋은 것도 아니지만 나쁜 것도 아닌 거 같다. 그런 반응을 살펴보는 게 재밌다. 댓글을 보면서 공부도 된다. 진짜 말발이 좋으신 분들이 많더라.

▲ 시나리오를 쓰면서 '현타'가 왔다고 했다.

글 작업은 혼자 하는 거다. 글을 쓰는 건 폐쇄적인 곳에 혼자 있고, 장르는 어렵고,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은 많이 한다. 촬영하고, 글을 쓸 때, 힘들 땐 원론적인 걸 생각한다. 내가 이걸 왜 하기로 했는지, 원작은 어떤지. 그리고 제가 쓴 시나리오를 계속 본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 흔들림과 어려움이 잡힌다. 가장 현타가 온 장면은 '핵'이었다. 그건 머릿속에서 정말 재밌었다. 그런데 막상 현장 나가서 보여주고, 영상으로 만들려니 안될 거 같더라. 그래서 일단 들고 갔다. 그런데 배우들은 진지하게 준비했다. 안무실까지 잡아서 몇 가지 동작을 만들었다. 원래 그런 건 배우들이 많이 하시는 건들인데, 안무팀도 불렀다고 하더라. 저도 같이 가서, 미사일부터 해서 배우들이 창피할까 봐 저도 같이 춤도 췄다. 그러고 현장에 갔는데, 무섭더라. 얼굴도 빨개졌다. '재밌을 수 있어', '이건 취향을 탈 거다', '재밌어하는 사람들을 보고 해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한 거 같다.

▲ 안재홍이 차은우가 된다는 설정도 있었다.

그때에도 안재홍 배우는 진지했다. 모든 촬영에서 그랬다. 농담도 거의 안 했다. 꽤 조용했다. 촬영이 시작되면 정말 재밌는 연극을 보는 느낌이었다.

▲ '멜로가 체질' 등 자기 작품을 언급하며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며 코미디적인 부분을 살렸다.

자기애와 함께 코미디적인 장치다. 좋은 평가들이 좋고, 민망하기도 해서 사용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코미디를 많이 써먹은 거 같아서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 '이병헌 감독의 색깔'이 강하다 보니 '자기복제'라는 반응도 있더라.

자기 언어, 자기 말투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가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생각은 안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새로운 걸 도전하고 있다. 제가 작품은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일을 해봐야 할 거 같다.

▲ 엔딩은 원작과 다르게 갔다.

중반부터 이야기를 채워야 하니 조금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거 같다.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얘기긴 하지만, 그 안에서는 작업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 거 같다.

▲ 코미디 안에 SF, 사극 등 다양한 장르가 있었다.

멜로, SF, 사극 처음 하는 거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뷔페처럼 여러 음식이 있다 보면 퀄리티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않는 거 있지 않나(웃음). 그래서 공부도 되고, 스태프들도 믿었다. 제 자세는 그래도 스태프들이 허투루 일하는 분들은 아니다. 그래서 많이 질문하고, 얘기도 많이 하면서 제가 해보지 못한 장르를 공부했다.

▲ 제작비도 궁금하다. 로봇강아지 등도 등장하지 않았나.

양심적으로 돈을 많이 쓰진 않는다. CG가 많아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진 않았다. 모형만 만들었다. 썬더도 모형만 있는 CG였다.

▲ 30분 10부작 구성도 흔치 않은 설정이다.

영화로도 구상했는데, 시리즈가 맞겠다 싶었다. 이게 이상한 작품인 게 맞는데, 좋아하는 이유가 조금씩 다르고, 싫어하는 이유도 조금씩 다르다. 저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숏폼으로 생각해서 시트콤적으로 접근해도 좋다. 이게 뭐가 어울릴까, 어떤 러닝타임에 어떻게 만드는 게 이 이야기가 갖는 의미를 갖는지 처음부터 하곤 한다. 개인적인 욕심은 '극한직업' 이후라 작가적인 접근을 더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회의도 많이 하고, 뭐가 유리할까 싶기도 했고. 저도 제작사도 모두 다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선택한 게 지금의 포맷이다.

▲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이번에도 '이병헌표 말맛'이라는 칭찬이 나오고 있다.

저도 말장난을 잘 못 한다. 정말 고민해서 쓴다. 1부터 60까지 썼다 하면, 다시 읽고 처음부터 다시 쓴다. 그렇게 수정 작업을 많이 한다. 잘 따지고 읽어보면 필요한 대사들이고 말을 길게 하는 것뿐이다.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굉장히 많이 수정하고, 스태프 의견도 많이 듣는다.

▲ 말맛이 좋은데 김은숙 작가의 연출을 맡게 됐다.

치밀한 대본을 쓰시는 거 같다. 그분의 작가적 태도나 이런 것도 매우 진지하고 치밀하셨다. 많이 배웠다. 그런데 아직 너무 초기 단계다. 저는 정말 재밌게 봤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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