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新주거 실험…'아이돌봄 친화도시' 만든다

입력 2024-03-19 17:30   수정 2024-03-20 01:29

싱가포르에는 ‘베이비 타운’으로 불리는 풍골(Punggol) 뉴타운이 있다. 조성 당시 싱가포르에서 4세 이하 영유아 비율은 3.3%였는데, 풍골은 12%에 달했다. 60여 곳의 어린이집과 70개가 넘는 놀이터, 어린이 도서관 등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져 신혼부부 등 젊은 층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뉴타운 조성 후 이곳의 출산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풍골 뉴타운이 ‘저출생 대응 주거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싱가포르 풍골 뉴타운과 비슷한 ‘아이돌봄 클러스터’를 조성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선다.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신규 공공주택지구에 아이돌봄 시설과 어린이 전용 문화·의료 시설을 모아 영유아 친화적 도시 인프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 의정부 고산지구를 첫 시범 사업지로 선정했다.

LH, 저출생 해결 위한 인프라 연구
19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12월 공모한 ‘고산 아이돌봄 클러스터’ 당선작을 지난달 선정한 데 이어 세부 설계안을 마련 중이다. 설계안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사를 발주해 2026년 클러스터 시설을 완공할 예정이다.

아이돌봄 클러스터는 LH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하는 자체 사업이다. 도시 인프라 측면에서 육아 편의를 높이고, 경제적 부담은 낮춰 다 함께 저출생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취지다.

LH는 그동안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 조성을 연구해왔다. LH 토지주택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2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부모의 절반 이상이 ‘방학 등 돌봄 공백’(50.4%)을 가장 큰 육아 고민으로 꼽았다. 학원 등 사설 교육기관과 돌봄 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사교육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LH 자체 조사에서도 ‘접근성 높은 공공주도 보육시설에 대한 요구’가 90%에 달했다.

사교육과 함께 돌봄에 드는 각종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키즈카페와 문화센터, 놀이공원 등 사설 돌봄 시설 의존도는 62.3%로 조사됐다. 사설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부모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아이돌봄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공공에서 수준 높은 돌봄 서비스를 운영해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LH 측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2자녀 가족 기준으로 아이돌봄 클러스터를 이용하면 사교육비 등 연간 1000만원의 지출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정부 고산에 시범 클러스터
LH는 아이돌봄 클러스터 시범 사업지로 의정부 고산지구를 선정하고, 사업 모델을 수도권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지구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례적으로 시범 사업과 모델 확산을 동시에 검토하는 셈이다.

고산지구에 들어가는 기본시설로는 어린이집과 다함께돌봄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공동육아 나눔터 등 공공시설이 있다. 여기에 지역별 의견을 수렴해 실내 놀이터와 카페, 키즈 공방 등도 함께 입주한다. 준공 시기에 맞춰 소아과병원 등 의료시설도 유치해 아이돌봄이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클러스터는 온 가족의 편의와 접근이 확보되는 도심 공원으로 정했다. 주변 지역을 보행자 중심 거리로 조성하는 등 아동 특화 설계도 적용한다.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영유아 돌봄이 한자리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어린이집, 오후에는 같은 건물에 있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돌봄을 맡는 식이다. 종합센터에 있는 아이는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실내 놀이터와 아동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발레·요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도 있다.

아이돌봄 클러스터를 확대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많다. 현재 공공아이돌봄시설 유형별 주관 부처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다양하다. 부처별 시설 설치 기준, 운영 예산 지원 기준 등이 달라 범정부 차원의 제도 정립이 필요하다.

LH는 클러스터 설치·운영, 다양한 교육 복리시설 통합을 위한 법적 근거 및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관계부처 간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근거가 마련되면 시설 설치는 LH가, 운영은 지자체가 담당하게 된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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