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개발 중인 초기 신약 후보물질이 최근 9년 사이에 7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신약 개발 기술을 추격하기보다 중국과의 협력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지타운대 보건대 연구진은 중국이 세계 신약 후보물질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미국 신약 후보물질이 5024개에서 7107개로 41.5% 늘어나는 동안 중국은 829개에서 6145개로 64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영국, 일본 등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신약 후보물질은 4564개에서 5747개로 25.9% 증가했다. 중국의 굴기로 글로벌 전체 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1만417개에서 1만8999개로 82.4% 늘었다. 연구진은 글로벌 신약 개발의 지정학적 변화 등을 확인하기 위해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임상부터 임상 2상 단계까지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의 국적을 분석했다.
연구 보고서가 추적한 흐름을 반영하면 지난해 중국의 신약 후보물질 수는 미국을 앞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중국의 신약 후보물질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40%를 넘어섰고, 미국은 30%대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뒤를 이은 한국과 영국, 일본은 점유율이 각각 약 5%에 미치지 못했다.
질환별로는 암 분야에서 중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암 분야 신약 후보물질 수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2024년 중국기업 등이 개발하고 있는 암 신약 후보물질은 4152개로 미국(4051개)보다 많았다. 2015년 중국의 암 분야 신약 후보물질은 381개, 미국은 1811개였다.
중국 정부가 앞장서 신약 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미국 등지에서 수학한 뒤 글로벌 제약사 근무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중국으로 대거 유입된 게 바이오 굴기의 기반이 됐다. 과거엔 다른 국가의 특허 약물 등을 모방한 ‘미투 제품’이 많아 ‘중국 신약 물질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최근 항암제나 면역질환 치료제 등에서 중국이 혁신 기술을 선보이면서 이 같은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는 최근 정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중국 바이오 생태계가 급성장해 한국 기업이 속도와 비용으로 경쟁하는 게 힘에 부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의 의약품 생산 기업이 급성장한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 지난달 스티븐 우블 미국제약협회(PhRMA) 회장은 “중국이 미국보다 임상 1상 시험을 50% 빠르게, 40% 저렴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대학과 연구소,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 성장하자 글로벌 제약사는 앞다퉈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중국에는 대규모 임상센터만 1500개가 넘는다. 박준형 매켄지 앤 컴퍼니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초점을 맞춘 ‘패스트 팔로(Fast Follower)’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국 플랫폼(여러 후보물질을 반복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특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 살아남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바이오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 초기 물질을 발굴하는 오피스를 중국에 세우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일본과는 후기 단계 협력을 강화하는 등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이민형 기자 bluesky@hankyung.com
◇中 신약 후보물질 급증
29일 미국의사협회지 자마 네트워크에 실린 조지타운대 연구에 따르면 초기 임상 단계 신약 개발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조지타운대 보건대 연구진은 중국이 세계 신약 후보물질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미국 신약 후보물질이 5024개에서 7107개로 41.5% 늘어나는 동안 중국은 829개에서 6145개로 64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영국, 일본 등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신약 후보물질은 4564개에서 5747개로 25.9% 증가했다. 중국의 굴기로 글로벌 전체 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1만417개에서 1만8999개로 82.4% 늘었다. 연구진은 글로벌 신약 개발의 지정학적 변화 등을 확인하기 위해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임상부터 임상 2상 단계까지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의 국적을 분석했다.
연구 보고서가 추적한 흐름을 반영하면 지난해 중국의 신약 후보물질 수는 미국을 앞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중국의 신약 후보물질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한 점유율은 40%를 넘어섰고, 미국은 30%대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뒤를 이은 한국과 영국, 일본은 점유율이 각각 약 5%에 미치지 못했다.
질환별로는 암 분야에서 중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암 분야 신약 후보물질 수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2024년 중국기업 등이 개발하고 있는 암 신약 후보물질은 4152개로 미국(4051개)보다 많았다. 2015년 중국의 암 분야 신약 후보물질은 381개, 미국은 1811개였다.
◇“빠른 추격보단 협업 필요”
전문가들은 중국이 속도와 가격 경쟁력을 토대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중국 정부가 앞장서 신약 개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다 미국 등지에서 수학한 뒤 글로벌 제약사 근무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중국으로 대거 유입된 게 바이오 굴기의 기반이 됐다. 과거엔 다른 국가의 특허 약물 등을 모방한 ‘미투 제품’이 많아 ‘중국 신약 물질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컸다. 하지만 최근 항암제나 면역질환 치료제 등에서 중국이 혁신 기술을 선보이면서 이 같은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는 최근 정부 주최 행사에 참석해 “중국 바이오 생태계가 급성장해 한국 기업이 속도와 비용으로 경쟁하는 게 힘에 부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의 의약품 생산 기업이 급성장한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됐다. 지난달 스티븐 우블 미국제약협회(PhRMA) 회장은 “중국이 미국보다 임상 1상 시험을 50% 빠르게, 40% 저렴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대학과 연구소,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 성장하자 글로벌 제약사는 앞다퉈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중국에는 대규모 임상센터만 1500개가 넘는다. 박준형 매켄지 앤 컴퍼니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초점을 맞춘 ‘패스트 팔로(Fast Follower)’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국 플랫폼(여러 후보물질을 반복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특정 기술)을 보유한 기업만 살아남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바이오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 초기 물질을 발굴하는 오피스를 중국에 세우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한 일본과는 후기 단계 협력을 강화하는 등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이민형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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