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e커머스 공세에…이마트, 창사 후 첫 희망퇴직

입력 2024-03-25 18:26   수정 2024-03-26 09:31


이마트가 199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첫 전사 희망퇴직을 한다. 앞서 폐점을 앞둔 점포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데 이어 전사적인 인력 효율화에 나선 것이다. e커머스 업체인 11번가도 지난해 말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소비 침체와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국내외 e커머스의 파상 공세로 실적이 악화하자 유통업계 전반에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마트는 25일 근속 15년 이상이자 과장급 이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공지했다. 다음달 12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퇴직자에게는 기본급 40개월치(월급여 24개월치)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원, 직급별로 1000만~3000만원의 전직 지원금을 지급한다. 재취업 컨설팅도 제공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도 “저비용 구조를 확립해 수익성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 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고 비핵심 자산 효율화와 차입금 규모 관리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최근 몇년간 시장 환경이 악화한 만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국내외 e커머스 업체들이 유통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면서 경쟁이 한층 격화됐기 때문이다. e커머스의 ‘새벽배송’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유통시장의 무게추는 온라인 쪽으로 이동했다.

최근 들어서는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까지 경쟁에 가세해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셀러에 판매·입점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1000억원의 쇼핑 보조금을 뿌리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신선식품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전통 유통기업들의 입지를 위협하는 중이다.

이런 위기감은 지난해 실적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4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세계그룹에서 2011년 인적 분할한 이후 기록한 첫 영업손실이다.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적자 영향도 컸지만, 대형마트 부문만 떼놓고 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27.4% 감소했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는 꾸준히 점포 및 인력 효율화 작업을 하고 있다. 2021년 140개가 넘었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33개로 줄어들었다. 직원 수도 줄고 있다. 2020년 2만5214명에서 2022년 2만3844명, 지난해 2만2744명으로 감소했다. 이마트는 다음달과 오는 5월 각각 폐점 예정인 천안 펜타포트점과 서울 상봉점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부터 희망퇴직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1등’ 이마트를 시작으로 유통업계 전반에 인력 감축 바람이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롯데마트는 2021년 이후 세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e커머스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11번가는 지난해 11월 만 35세 이상,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후 4개월 만에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해 다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번 희망퇴직은 2차 넥스트커리어(Next Career)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되며 퇴직이 확정되면 3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한다. 11번가의 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난해 말 11번가 매각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매각 상황이 원활하지 않자 경영 안정화를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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