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많아"…中 반도체 가득 메운 '한궈른' [박의명의 K-인더스트리]

입력 2024-03-30 12:19   수정 2024-03-31 18:09


“혹시 한궈른(한국인)? 한국인 직원 소개해줄게”

지난 20~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 2024’.

중국 대표 반도체 장비 업체 A사를 방문하자 중국 직원이 기자를 한국인 직원에게 안내했다. 다른 반도체 업체를 방문하자 한국인 직원 두 명이 기자를 맞았다.

전시장을 돌아보며 충격을 받았던 점은 부스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 직원들이었다. 중국 주요 반도체 업체의 상당수는 부스에는 한국인 직원을 두고 있었다.

통역을 동반할 필요도, 영어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이들은 유창한 우리말로 한국 바이어와 언론 등에 중국 제품을 소개하고 중국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장비 업체 A에 있는 한국인 직원은 삼성전자 출신이었다. 그는 7년 전 중국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답했다. 그는 “웨이퍼 기술은 중국이 거의 자립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중국 B 업체에 있는 한국인 임원은 한국과 미국 반도체 회사를 두루 거친 핵심 인력이었다.

행사에서 만난 한국인 직원 대부분은 영업, 마케팅, 홍보 등 경영지원 부서에 근무하는 인력이었다. 행사를 참관한 한 한국 반도체 회사 직원은 “지원 부서에도 이렇게 많은데, 연구소나 현업 부서 등에는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갔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기술력은 몇 년 새 몰라보게 높아졌다. ‘중국 반도체 자립의 상징’으로 꼽히는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나우라(북방화창)는 미국의 제재 이후 실적이 껑충 뛰었다.

나우라의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52억7513만위안(약 9745억원)으로 2022년 한 해 순이익(23억5272위안)을 두 배 이상 넘어섰다. 같은 기간(작년 3분기 누적)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사이자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순이익 427억원)의 22배에 달한다.

진룽자오 나우라테크놀로지(북방화창) 대표는 “중국은 지난해 세계 반도체 장비의 4분의 1을 사들였다”며 “인구, 기술, 인력 등 어떤 수치로 봐도 중국은 거대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공습’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럴드 인 AMEC 회장은 최근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 장비의 80%를 연말까지 중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사상 최대인 270억달러(약 36조원) 규모의 반도체 자립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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