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모방이 가장 진심 어린 아첨’이라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칭찬을 건넸다. 바이든 캠프에서 보낸 이메일 속 ‘빈털터리 도널드(Broke Don)’란 닉네임(별명)이 그렇다. 해당 메일은 미국 연방 선거관리위원회가 캠프 재정 보고서를 발표하는 시점에 보내졌다. 보고서는 현직 대통령이 7100만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공화당 후보보다 더 많은 자금을 모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상황에서 ‘빈털터리 도널드가 지하실에 숨어 있다’는 이메일 제목이 눈길을 끈다.수년 전부터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졸린 조(sleepy Joe)’ ‘비뚤어진 조’ 등의 별명을 붙였다. 이를 두고 바이든은 고교 시절로 돌아가 트럼프에게 매너를 가르치기 위해 ‘체육관 뒤’로 데려가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트럼프의 게임이다.
빈털터리 도널드라는 별명은 또 다른 이유에서 흥미롭다. 자신의 사업과 재산에 자부심을 갖는 트럼프라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가 반응하게 하려는 의도다. 뉴욕 법무장관이 트럼프 재산을 빼앗으려는 ‘터무니없는’ 소송에서 항소 재판부가 공탁금을 줄여주는 ‘터무니없는’ 판결을 내린 직후 나온 조롱이었다.
바이든은 4년 전 선거에서 델라웨어 자택 지하실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승리했다. 당시 바이든은 자신을 겸손하고, 백악관의 정상성을 회복하며, 미국의 양극화를 막을 후보로 묘사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약속했던 ‘온건한’ 바이든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빈털터리 도널드라고 조롱하는 게 바이든의 전략이라면, 바이든은 트럼프를 더 악랄하게 만들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Sleepy Joe vs. Broke Don’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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