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혼자 사는 게 편한 세상에 '어울려 사는 방법' 안내서 인기

입력 2024-04-05 18:01   수정 2024-04-06 01:0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는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혼자 살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 늘면서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에 대한 정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지친 사람이 늘어나면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말고 자신의 욕구대로 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개인주의를 더욱 빠르게 확산시켰다. 현대인은 파편화되고 초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25년 전에 출간된 사회학책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오쿠무라 다카시라는 사회학자가 쓴 <타인과 함께하는 기법(他者といる技法)>이란 책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해 탐구하면서 어떻게 타인과 원만하게 소통하고 교류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소개한다.


25년 전에 쓰인 인간의 마음을 둘러싼 질문과 답변이 지금 시대에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책은 ‘인정’과 ‘갈등’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가지고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여지는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통해 타인과 원만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설명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다. 그리고 다르다는 이질감은 경계심을 만들어낸다. 이질감과 경계심을 넘어 친밀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양한 도전을 넘어서야 한다. 책은 함께 있는 것의 고통과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삶의 도구로서 사회학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배려와 예의, 존경, 부모와 자녀 간 커뮤니케이션, 외국인과의 관계 등 꼭 필요하지만 때로는 가장 위험하고 섬뜩한 존재가 될 수 있는 타인과의 관계 설정을 위한 여러 도구를 제시한다.

사람 사이에는 인정과 갈등이라는 ‘밀고 당기는 힘’이 존재하고 상반된 두 가지 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통해 존재한다. 자녀가 있어야 부모가 되는 것처럼 존재를 인정해줄 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 존재가 증명된다. 하지만 인정을 거부하는 힘도 존재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 증명을 요구할 때 타인이 주체가 되고 자신은 타인의 객체가 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인정이 필요한 그 순간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주체성을 양도하고 만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 하고 또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해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책은 다른 사람의 완전한 이해 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완전한 이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한다. 인간의 모든 관계는 기본적으로 주체와 객체로 이뤄져 있고, 객체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의 주체성을 어느 정도 무시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책은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려는 착각에 빠지지 말고 계속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자세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타인은 친구이다가도 언제든 적으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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