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 최종 투표율 ‘67.0%’(잠정치)는 당초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가 예상했듯 야권에 유리한 결과로 나타났다. 정치권 안팎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4년 전 총선 투표율(66.2%)을 토대로 60%대 중후반 투표율이 나오면 야권이 크게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예년보다 높은 투표율은 야권 지지자들이 결집해 ‘분노 투표’를 했을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로선 민주당 외에도 ‘정권 심판’을 내세운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 등 선택지가 추가되면서 투표장에 나설 유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5~6일 시행된 사전투표도 역대 총선 최고인 31.28%를 기록해 높은 투표율을 예고했다. 다만 정치권에선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여야 지지층 모두 최대로 결집했다는 의미여서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론 60%대 후반에서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19대 총선 때처럼 위기감을 느낀 보수가 투표장에 나와 막판 지지표를 던져주길 기대했지만 ‘샤이보수’는 거의 없었다는 분석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진행한 자체 조사에서도 보수 결집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세종의 투표율이 70.2%로 가장 높았다. 세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70%를 돌파했다. 서울은 69.3%로 두 번째로 투표율이 높았다. 이어 △전남 69.0% △광주 68.2% △경남 67.6% △부산 67.5% △전북 67.4% △강원 66.6% 순이었다.
전국에서 투표율이 제일 낮은 지역은 제주(62.2%)였다. △대구 64.0% △충남 65.0% △경북 65.1% △충북 65.2% △대전 66.3% △울산 66.9% 등도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수도권인 인천(65.3%)과 경기(66.7%) 역시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민주당 외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도 야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끈 유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토가 있는 전통 민주당 지지자들도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표를 줄 곳이 생겨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보수 성지’인 대구·경북(TK) 투표율은 평균 이하로 낮았다. 지난 21대 총선 때는 울산(68.6%·전국 1위)과 대구(67.0%), 경북(66.4%) 등 지역이 전국 투표율을 웃돌았지만, 이번엔 일제히 떨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여당이 정통 보수층에 정치적 효능감을 주지 못한 것”이라며 “낮은 투표율로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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