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이 한통속…지루할 틈이 없다

입력 2024-04-14 17:37   수정 2024-04-15 00:30

극장에 들어서자 느껴지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연 시작 전부터 화려한 드레스와 슈트를 차려입은 배우들이 보인다. 공연 시간이 다가와도 이들은 무대에 올라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객석 사이사이에 악기를 들고 여유롭게 서 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러시아어로 소리친다. “라즈, 드바, 트리(하나, 둘, 셋)!”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음악이 시작되자 극장 전체가 단번에 러시아 무도회장으로 탈바꿈한다. 눈앞에서 배우들이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관객을 일으켜 세워 함께 춤추고, 악기를 손에 쥐여주고 연주해보라며 손뼉을 쳐준다. 관객이 공연의 일부가 된다.

이곳은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이 막을 올린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1812년 나폴레옹전쟁을 앞둔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한 이 공연은 레오 톨스토이가 쓴 <전쟁과 평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쟁에 나간 약혼자 안드레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인 나타샤가 젊고 잘생긴 군인 아나톨의 유혹에 넘어가는 이야기다.

무대와 객석, 연주자와 배우 사이 구분이 없는 ‘이머시브(몰입형) 뮤지컬’이다. 공연장을 빼곡하게 채우는 배우들의 격정적인 춤과 음악이 작품의 매력이다. 광기 어린 연주에 바이올린 활은 다 해져서 흩날리고, 배우들은 진땀을 흘리며 춤추다 음악이 끝나자 바닥에 드러누워 숨을 헐떡인다. 캐스트의 땀과 거친 호흡을 눈앞에서 느끼고 있으면 마치 무도회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를 시도하는 젊은 연인. 단순한 이야기지만 다채로운 음악과 퍼포먼스로 지루할 새가 없다. 흔히 접하지 못하는 러시아 민요부터 팝, 발라드, 일렉트로닉 음악까지 장르를 과감히 넘나든다. 자칫 산만할 수도 있지만 캐스트의 탄탄한 목청이 중심을 잡아준 덕에 조잡하거나 산만하지 않다. 두 주인공 나타샤와 아나톨을 연기한 이지수와 고은성의 가창력이 빛을 발했다.

관객과 배우 사이 벽을 과감하게 허문 공연. 폭발적인 퍼포먼스가 오감을 정신없이 흔들어놓는다. 공연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6월 16일까지.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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