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vs 투자 실패…'마진콜 충격' 빌 황 재판 막 올랐다

입력 2024-05-14 18:55   수정 2024-05-15 01:07

“그가 저지른 것은 주가 조작이고 사기다.”(뉴욕 검찰), “의도적인 범죄라기엔 동기가 모호하다. 그는 늘 독실한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였다.”(빌 황 측 변호사)

한때 미국 월스트리트를 쥐락펴락하다 대규모 손실을 일으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한국명 황성국·사진)의 ‘사기꾼 여부’를 놓고 세기의 재판이 시작됐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13일(현지시간) 뉴욕남부지검에 2022년 4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아케고스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 황씨에 대한 형사재판 심리를 시작했다. 검찰은 황씨가 금융회사를 속여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부풀렸고 언젠가 주가가 폭락할 것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을 꾀어 돈을 모은 사기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리의 쟁점은 황씨가 대규모 사기를 벌인 ‘동기’로 좁혀지고 있다. 앨빈 헬러스틴 판사가 “황씨 자신도 큰 손실을 봤다”는 점을 지적했을 때 검찰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의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유무죄를 결정할 12명의 배심원단에게 중요한 문제다. 범죄 의도가 있었느냐를 가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황씨가 고교 3학년이던 1982년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왔고, 이후 신실한 기독교인으로서 많은 기부를 한 점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가 사기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배심원에게 설득하려는 목적이다.

황씨는 20년 가까이 월가의 아시아 헤지펀드 최대 ‘큰손’으로 이름을 날렸다. UCLA와 카네기멜런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온 그는 2001년 헤지펀드 타이거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언 로버트슨에게 발탁됐다. 황씨가 운영한 타이거아시아매니지먼트는 월가의 아시아 전문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위태로운 장면도 없지 않았다. 2012년 홍콩 투자와 관련해 내부자거래 혐의로 수사받았다. 벌금 4400만달러를 내고 사건을 종결한 그는 2013년 익숙한 사명인 ‘타이거’를 버리고 신생 회사 아케고스캐피털을 차렸다. 아케고스는 예수를 ‘구원의 창시자’로 묘사한 <성서>의 한 구절(히브리서 2장 10절)에서 따온 말로 예수를 지칭하는 고대 그리스어 단어다.

황씨는 주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자산 100억달러의 다섯 배에 달하는 포지션을 잡았다. 주가가 오르면 큰 이익을 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컸다. 2021년 3월 23일 아케고스가 대형 투자은행(IB)으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한 주식 가격이 급락하자 금융회사들은 추가 증거금을 요구(마진 콜)했고, 그는 응할 수 없었다. 당시 아케고스는 비아콤, CBS, 디스커버리 등 미국 미디어 회사와 바이두, 텐센트뮤직, RLX테크놀로지, GSX테크에듀 등 중국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등 돈을 대준 IB도 큰 타격을 봤다.

뉴욕 검찰은 그가 이런 사태를 어느 정도 예견했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 총포지션 규모를 공개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고 일부러 TRS와 CFD 등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뉴욕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황씨가 더 많은 돈과 성공, 권력을 원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며 “커튼이 걷혔을 때 그의 사업은 ‘카드로 만든 집’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씨 측 배리 버크 변호사는 “그는 자신의 투자에 용기와 신념을 가졌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팬데믹 기간 비아콤 등이 ‘제2의 넷플릭스’로 떠올라 주가가 상승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증인들은 “그는 자신을 매우 특별한 사람이자 ‘세계의 왕’이라고 여기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녔다”고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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