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은 샤리아 율법상 ‘허락된 것’이라는 뜻으로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식자재를 말한다. 식당이 인증을 받으려면 사용 재료와 관리 상태 점검, 실무자 교육 등을 한 뒤 샤리아(이슬람 율법) 평가를 거쳐야 하고, 돼지고기와 술 판매는 엄격히 금지된다. 기관에 따라 1년에서 3년 단위로 인증을 갱신하는 구조다.
K컬처의 세계화로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은 급증하는 추세다. 2022년 35만9284명에서 작년 76만199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지 수출을 위한 식품 기업의 할랄 인증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업계는 정작 할랄 인증을 받는 국내 식당이 드물어 무슬림 관광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무슬림 전문 여행사 히어코리아의 김준형 대표는 “K컬처가 인기를 끌면서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국내 관광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면서도 “서울엔 엄격히 관리되는 할랄 식당이 이태원 한식집과 강남 양고기집 두 곳밖에 없고, 지방에는 없는 수준이어서 동선을 짜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무슬림 여행객에겐 여행의 3락(樂)인 먹기, 즐기기, 구경하기 중 애초에 한 가지가 빠져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여행 무슬림 가운데는 음식을 싸가지고 다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소피아(25)는 “부모님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인증받지 않아도 되는 과일과 채소, 무슬림 빵집에서 산 빵을 들고 다니며 여행했다”고 했다.국내 식당들은 할랄 인증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말한다. 할랄 공식 인증은 주방장·사장 등이 무슬림이어야 하고 주류와 돼지고기가 식당에서 전혀 없어야 하는데, 내국인 고객까지 상대하는 여건상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슬림 관광객 적극 유치를 위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는 할랄 인증·할랄 프렌들리 식당을 목록화하는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분류 사업’을 수년간 했지만, 식당들의 참여가 저조해 2022년 사업을 중단했다. 공사 관계자는 “지자체에 할랄 식당 목록화를 맡기고, 비지트 코리아(VISIT KOREA)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가별로 허용된 음식 수준을 파악해 안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온/정희원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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