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가 올 들어 줄곧 ‘톱픽’(최선호주)이었던 엔비디아를 대거 팔아치우고 미국 장기채 3배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이고 있다. 최근 미국 기술주의 변동성이 커지자 주가 고점 부담이 덜한 장기채 ETF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물가 상승 우려도 둔화하고 있어 장기채 가격이 오를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서학개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었던 엔비디아와 테슬라는 오히려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투자자는 한 달간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각각 6억2712만달러, 3억5421만달러어치 팔아치웠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도 이 기간 3억451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반도체·기술주에서 미국 장기채 ETF로 투자심리가 옮겨간 것은 최근 미국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도 최근 미 장기채 가격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도 저가 매수세가 몰린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는 최근 한 달간 6.54%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대를 넘어섰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장기채 가격 하락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폭에 대한 재평가이지 방향성 전환은 아니기 때문에 Fed의 금리 인하는 이어질 것”이라며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4%를 넘을 때는 매수 전략을 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중동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도 줄어들고 있다. 브렌트유 12월물은 지난 8일 배럴당 80.93달러를 찍은 뒤 주요국의 수요 둔화 전망에 70달러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미국 장기채 커버드콜 ETF나 하이일드 채권을 미 장기채와 함께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커버드콜은 주가 상승폭에 제한이 있지만 높은 분배율로 변동성 장세에서 수익을 방어할 수 있다. 목표 분배율이 연 12%에 달하는 ‘SOL 미국30년 국채 커버드콜(합성)’은 최근 한 달 동안 2.84%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담당 본부장은 “투자 등급 미만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 위험이 제한적이지만 금리가 연 7~8%에 달한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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