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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인분'의 가치

입력 2025-01-19 17:26   수정 2025-01-20 00:04

몸 안에 있다가 몸 밖으로 나오면 푸대접을 받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의 ‘똥’이다. 이 유기물은 인간과 한평생을 같이하는 오랜 친분에도 불구하고 늘 괄시의 대상이다.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이것. 우리에게는 분명 가깝고도 먼 존재다.

지금과는 달리 똥이 대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임금의 이것은 향기가 난다고 해서 ‘매화’로 존칭됐고 왕의 이동식 변기를 매화틀이라 했다. 통상적인 향기와는 매우 거리가 먼 이 매화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내의원으로 옮겨져 색깔, 냄새, 맛 등을 점검받았다. 이 일을 맡은 어의는 ‘똥 맛을 본다’고 해서 상분직(嘗糞職)이라 불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분은 땅을 기름지게 하는 유일한 거름이었다. 그래서 도시거주자들이 이것을 모아두기만 하면 약정을 맺은 농가가 돈을 주고 퍼갔다. 간혹 수거 과정에서 뒤처리가 부실하거나 간간이 채소 등을 챙겨주는 성의가 부족하면 가차 없이 변소 문을 걸어 잠갔다. 돈을 받고 똥을 팔던 시대, 이 낯선 풍속은 화학비료 양산과 함께 자취를 감춘다.

의약품이 귀했던 시절, 인분은 약으로도 쓰였는데 일명 ‘똥술’이라고 했다. 이 천연성분의 액상제제는 동의보감에도 해열, 해독 작용에 효과가 있다고 나온다. 골절, 타박상 등은 물론 형틀에 묶여 곤장이라도 맞고 나면 반드시 음용하는 일종의 ‘소염진통제’였다.

요즘 인분은 어딜 가나 대접을 받지 못한다. 굳이 가치를 따지자면 말 그대로 ‘똥값’이다. 성인은 하루 평균 200g 정도의 대변을 본다. 1년이면 자기 몸무게만큼 되고 한평생 배설한 양은 대략 3t쯤 된다. 이는 수세식 변기의 편의성에 힘입어 나오자마자 하천으로 간다. 그런데 유기물이라 물에서는 분해가 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대접은커녕 환경오염의 주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인분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 인도는 바이오가스 생산원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네덜란드는 발효 과정을 거쳐 퇴비나 액비로 만든다. 이외에도 벽돌이나 단열재의 소재로 쓰이고 항생제 및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도 일부 대학과 연구소에서 환경을 살리면서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사람의 똥이 고품질 퇴비나 청정연료 혹은 건축자재나 의약품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보다 땅과 하천, 나아가 지구의 순환계가 건강해진다. 그리고 인분의 가치가 올라 떨어져버린 사람의 존엄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또 하나, 예전처럼 돈을 받고 똥을 파는 시대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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