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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JPMHC서 확인된 의료 데이터 전쟁…뒤처지는 한국

입력 2025-01-20 17:46   수정 2025-01-21 00:17

5년 안에 1000만 명의 생체 데이터를 모으는 ‘역대급’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지난 13일 미국 유전체 분석 기업 트루베타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약 2000억원을 투자받아 인공지능(AI)으로 유전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미국, 영국 등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도 최대 100만 명 규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의 스케일업이다.

지난주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는 그야말로 AI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의 의료 데이터 전쟁이 확인됐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된 템퍼스는 세계 모든 도서관의 책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인 200페타바이트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템퍼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효 예측 등 정밀의학 서비스를 제공한다. AI 신약개발 선두주자인 리커전은 50페타바이트가 넘는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10개 넘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시험 중이다.

AI 모델은 학습하는 데이터의 양과 품질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유전체 데이터뿐 아니라 전자의무기록(EMR), 임상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똑똑한’ AI 모델을 만드는 데 핵심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데이터 모으기에 열중하는 이유다.

반면 국내에선 일원화되지 않은 규제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 등에 이용하려면 가명 처리 등으로 개인 식별 정보를 제거한 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거쳐야 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국가의 공통 규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심의위원회(DRB)도 통과해야 한다. 이중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최종 심사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다.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어도 이를 의료기기 등 산업에 적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다.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때는 ‘디지털의료제품법’의 규제를 받는 데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일명 ‘AI 기본법’에 마련될 세부 규정에 따라 추가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최근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바이오를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제도적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JPMHC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다루는 제약산업에서 연구 데이터의 대체재는 전무하다”며 의료 데이터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이중, 삼중 규제의 사슬을 풀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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