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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극우' 호칭에 대한 오해와 유감

입력 2025-01-26 16:14   수정 2025-01-27 00:06

근년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매체가 부쩍 늘어나고 영향력도 빠르게 커졌다. 특히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삼은 유튜버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그래서 해외에선 이들을 제5부(fifth estate)라고 부른다. 서양의 전통적 계층인 제1부(성직자), 제2부(귀족), 제3부(평민)에 이어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는 신문과 방송들을 제4부로 불렀던 관행을 이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 유튜버의 영향력은 우파 유튜버의 영향력보다 늘 컸다.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그 일로 탄핵 소추를 받자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우파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갑자기 커졌다. 그러자 보수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던 사람들이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유튜버들을 ‘극우’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극우라는 말엔 모멸적 뜻이 담겼으므로 그들의 시도는 크든 작든 효과를 보게 된다. 대조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구성 원리로 삼은 우리 사회에서 ‘극좌’라는 호칭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원래 극우라는 호칭은 파시즘이나 나치즘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가리켰다. 파시즘이나 나치즘의 보편적 이름인 민족사회주의(national socialism)가 가리키듯 그것들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아우르는 이념이다. 자연히 그것들은 공격적 민족주의를 신봉하고, 사유재산제도와 시장경제에 적대적이어서 단체주의(corporatism)를 프로그램으로 내세운다. 단체주의는 사회적 결정에서 개인이 아니라 단체를 기본 단위로 삼은 이념으로 김대중 정권에서 도입한 ‘노사정위원회’는 이런 이념에 바탕을 뒀다.

당연히 민족사회주의는 공산주의와 함께 전체주의에 속한다. 그리고 여러 특질을 공산주의와 공유하니 지도자가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법의 지배를 부정하고, 다른 세력과의 공존을 거부한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과정에선 공산주의와 마찬가지로 늘 선동선전을 이용하고 적대적 세력의 ‘악마화’를 시도한다. 그동안 좌파 정권은 국내적으로는 친일파, 군부 정권, 재벌을 그리고 국외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을 악마화했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파시즘이나 나치즘은 극단적 우파가 아니라 극단적 좌파였다. 실제로 히틀러는 1941년 공개 연설에서 ‘민족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근본적으로 같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권력을 동원해 공산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독일은 발전된 사회여서 자유주의 전통이 굳게 자리 잡은 터였다. 그래서 히틀러의 공산화 프로그램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어중간한 모습을 했다. 전통적 정규군과 나치당 군대인 Waffen-SS가 병렬 조직을 이뤘던 독일군의 모습은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농노 사회이던 러시아엔 볼셰비키에 저항할 시민 계급도 사회 기구도 없었다. 자기 땅을 지키려는 농민들만이 소극적 저항을 했고, 그들이 숙청되자 곧바로 철저한 공산주의 체제가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나치즘이 소비에트 러시아의 공산주의를 막아내는 이념이라는 히틀러의 선전이 효과를 보면서 사람들은 나치즘을 우파 이념으로 여기고 지지하게 됐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이탈리아가 공산주의 러시아와 싸우게 되자 그런 선입견은 확신이 됐다. 따라서 자유주의자들을 극우로 부르는 것은 뒤늦게 히틀러의 선전에 넘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반어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극우라는 말은 의도되지 않은 칭찬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체제다. 즉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우리 사회의 정설이고, 다른 이념과 체제들은 모두 이설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철저하게 신봉하는 극우가 이 사회에 응집력을 부여하고 안정시킨다.

자유주의를 충실히 추구하는 사람과 정당, 매체들을 극우라고 부르는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기회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극우라는 호칭을 모멸적으로 쓰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구성 원리로 삼은 우리 사회에서 극우라는 호칭은 의도되지 않은 칭찬이라는 점을. 아울러 그들은 히틀러의 선전에 속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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