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판단했다. 이번 선고로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해 헌재를 ‘9인 체제’로 되돌려야 할 법률상 의무가 생겼다.
헌재 구성은 내달 중순께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과 직결돼 있어 최 대행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대선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의결 정족수 6인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했다.
앞서 우 의장은 최 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정계선·마은혁·조한창) 중 2인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는 보류한 것이 국회의 헌재 구성권과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이를 다퉈달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최 대행의 부작위(법률상 요구되는 행위를 하지 않음)가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했다고 결론지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회의 재판관 3인 선출권은 헌재 구성에 관해 독자적·실질적인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대통령은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의 임명을 임의로 거부하거나 선별해 임명할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이며, 그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도 같은 의무를 부담한다는 설명이다. 헌재는 “최 대행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2024년 12월 27일부터 재판관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 의무를 부담한다”고 적시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임명을 미뤘다는 최 대행 측 주장에 대해선 여당이 1인, 야당이 2인을 각각 추천하고, 이들 3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여당도 참여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우 의장에게 전달됐다는 점을 들어 기각했다.
다만 쟁점이 됐던 국회 의결 절차에 대해선 5 대 3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다수 의견(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계선)은 작년 1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3인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것으로 “국회의 헌재 구성권 실현 의사가 확인됐고, 별도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봤다.
반면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국회의 구속력 있는 결정은 선출된 의원 전체로 구성되고 의원 모두가 참여하는 본회의에서 내려져야 한다”는 취지의 별개 의견을 냈다. 다만 이들은 국회가 이달 14일 본회의에서 ‘마은혁 임명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정됐다”고 짚었다.

헌재법 66조 2항에 따라 최 대행은 헌재 결정에 따른 처분을 해야 할 의무를 진다. 다만 불이행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국회는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즉시 임명해야 한다는 결정을 할 수 있는지도 따져달라고 했지만, 헌재는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이 부분은 각하했다.
최 대행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나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의 복귀 시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을 기각하면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에 즉시 복귀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판결문의 취지와 내용을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억지 정원 채우기”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헌재가 다수당의 의회 독재를 용인한 꼴”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며 마 후보자의 즉시 임명을 촉구했다.

최 대행이 헌재 결정을 받아들여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지난해 10월 17일 재판관 3인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넉 달여 만에 9인 체제가 복원된다. 다만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헌재는 “전례가 없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재판관 평의를 통해 결정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마 후보자가 스스로 재판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마 후보자의 참여로 변론 갱신 절차가 개시되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미뤄진다. 11차례에 걸쳐 50시간이 넘는 변론이 이뤄진 만큼 이를 되짚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탄핵심판의 변론 갱신은 형사소송법에 준용하지만, 재판관들의 결정에 따라 준용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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