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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뒤덮는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글로벌 현장]

입력 2025-03-07 10:06   수정 2025-03-07 10:07



둔화 조짐이 보이던 미국 물가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대로 내려앉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월 다시 3%대로 뛰었고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도 급등했다. 반면 경제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7239억 달러(계절조정 반영)로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상승하는 현상으로 1970년대에 미국 경제에 나타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하면 경기둔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꿈틀거리는 물가

미국 노동부는 지난 1월 미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2월 12일(현지 시간) 밝혔다. 전월과 비교해선 0.5% 상승했다. 다우존스는 전월 대비 0.3%, 전년 같은 달보다 2.9% 올랐을 것으로 전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4% 각각 상승했다. 이 또한 시장예상치인 3.1%와 0.3%를 웃도는 수치다.

1월 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주택 유지비다. 미국의 1월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고 전체 상승폭의 약 30%를 차지했다. 특히 자가주거비(OER)가 큰 폭으로 올랐다. OER이란 주택 소유자가 자기 집을 임대한다고 가정할 때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예상치를 뜻한다. 집주인이 실제로 임대를 내주진 않았지만 만약 집을 빌려준다면 받을 수 있는 임대료가 얼마인지 측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가상 임대료’다.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는 집에도 임대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선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주택이 많기 때문에 이를 CPI에 반영하기 위해 OER 개념을 사용한다. OER은 전월 대비 0.3% 상승했고 연간 기준으로 4.6% 뛰었다.

CME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놀랜드는 CNBC에 “높은 모기지 금리로 인해 집을 구매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임대 시장에 몰리면서 주택 비용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식·채권 등) 트레이더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식료품 가격은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가장 큰 원인은 달걀값 폭등이다. 미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따라 닭 수백만 마리를 살처분하면서다. 달걀 가격은 전월 대비 15.2%, 전년 같은 달보다 53% 폭등했다. 미 노동통계국은 이 같은 달걀 가격의 상승이 2015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라고 밝혔다. 가정용 식료품 가격 상승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 밖에 무알코올 음료는 2.2% 상승한 반면 토마토는 2%, 기타 신선한 채소는 2.6% 하락했다. 신차 가격은 변동이 없었지만 중고차와 트럭은 2.2% 상승했다. 자동차 보험은 2% 상승해 연간 상승률이 11.8%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은 휘발유 가격이 1.8% 상승하면서 1.1% 올랐다.

기대 인플레이션도 오르고 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2월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 확정치는 4.3%로 전월의 3.3% 대비 1.0%포인트 급등했다.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3.5%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Fed 위원들도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월 20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는 경로에 있음이 분명해질 때까지 통화정책은 “적당히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다만 인플레이션 둔화 진전이 정체되거나 반대로 향할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무살렘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릴 한 행사에 앞서 사전 배포한 연설문에서 “기본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 수렴이 보장될 때까지 통화정책이 적당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며 인플레이션 수렴이 진행됨에 따라 정책금리를 중립 금리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둔화 우려

반면 미국 경기둔화 조짐이 짙어지고 있다. 우선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신뢰도를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가 2월 들어 급락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64.7로 집계됐다. 이는 1월 수치 71.7에서 7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또한 2월 8일 발표됐던 2월 예비치 67.8과 시장 예상치 67.8을 모두 밑돌았다.

미국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1월 소매판매가 7239억 달러(계절조정 반영)로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고 2월 14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0.2% 감소를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감소폭이다. 감소폭은 지난 2023년 3월(-1.1%)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소매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로 미국 경제의 중추인 소비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항목별로는 자동차(-2.8%), 스포츠 물품·취미·악기점·서점(-4.6%), 가구점(-1.7%) 등의 전월 대비 감소폭이 컸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1월 들어 0.4% 감소해 0.3% 증가를 예상한 전문가 전망을 크게 밑돌았고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핵심 소매판매(통제그룹)도 0.8% 감소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

미국 주식시장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관세를 포함한 강경한 무역정책이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과 보편관세가 미국 성장세에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최근 몇 주간 주식시장의 주요 리스크로 떠올랐다고 2월 21일(현지 시간) 전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모든 종류의 자산 가격에 하락 압력이 가해진다.

지난 50년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주기적으로 제기됐으나 실제 나타나지는 않았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잭 매킨타이어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Fed의 금융통화정책 운용을 제한하는 가운데 소비자 수요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관세정책 등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이슈가 다시 등장했다”며 “이제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터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팀 어바노비츠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금 인플레이션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반이 있는 데다 관세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기업 수익에 부담을 주어 경제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1기 때의 관세로 인해 세탁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미국 소비자의 부담은 더 늘어난 상태다.

2020년 아메리칸이코노믹리뷰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세탁기에 대한 관세로 1800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으나 세탁기 가격이 2018년 한 해 약 12%(86∼92달러)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은 연간 15억 달러가 늘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정책도 미국 노동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임금으로 일하던 이민자들이 추방되면 노동시장의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2월 18일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내년 중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의 비율이 7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응답자들은 한편으로는 무역전쟁은 가능성이 낮은 위험으로 평가했으며 주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유지했다.

뉴욕=박신영 한국경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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