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바른번역미디어는 고품질 문화콘텐츠 전문 번역기업이자, AI 번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업이다. 김명철 대표(57)가 2020년 1월에 설립했다.
바른번역미디어는 국내외 다수의 유명 출판사, 방송국, OTT 업체 등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책, 잡지,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 문화콘텐츠 전 분야의 번역을 수행하고 있으며, 작년 한해에만 500여권의 책과 잡지, 수백편의 웹소설, 웹툰, 영화, 드라마를 번역했다. 1200권의 단행본 원서 리뷰 컨설팅을 출판사에 제공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반평생을 ‘정의란 무엇인가’, ‘경제학 콘서트’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번역해 온 번역가이자, 번역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18년간 수천 명의 번역 후배들을 양성하고 데뷔시킨 번역 선생님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번역 AI를 개발하는 바른번역미디어를 창립해 그간 인간 번역 전문가들을 양성해 온 노하우를 고품질 번역 AI 개발에 접목해 세계 최고 성능의 한국어 AI 번역모델을 개발했다.
“Chat GPT 등의 AI 번역 품질을 막연히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유료 번역 시장에서는 모든 번역을 아직도 인간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흔히 접하는 AI의 번역 수준이 아직 유료 시장에서 이용될 수 있는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유료 번역 시장은 출판번역 시장, 영상 번역 시장,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문서를 번역하는 기술 번역 시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반복되는 문장이 많고, 문장구조가 비교적 간단하며, 주로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기술 번역에서는 AI 번역이 일부 이용되고는 있지만, 특히 문화콘텐츠 번역 시장에서는 당사를 제외하고는 인간의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바른번역미디어는 유료 번역시장에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번역 AI를 개발하고자 설립되었으며, 가장 난이도가 높은 한국어 번역에 있어서 세계 최고 성능의 AI 번역 모델을 개발해 출판번역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바른번역미디어의 경쟁력으로 AI 번역 모델의 우수한 번역 성능을 꼽을 수 있다. 바른번역미디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 R&D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언어공학연구소와 함께 AI 번역을 연구했다. 김 대표는 “수많은 번역 전문가와 함께 AI 번역 성능 고도화에 성공했다”며 “테스트 결과, 세계 최고 성능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번역 AI와 전문가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하는 번역생태계를 보유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자동번역기는 한번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능개선 및 업그레이드가 더욱 중요합니다. 언어는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여러 분야에서 신조어가 계속 생겨나고 있고, 비유적인 표현이나 유행어도 계속 달라지기 때문에 인간 전문가가 개입하여 교정하고 AI를 끊임없이 재학습시켜야만 합니다. 책의 경우에는 내용에 대해 저자와 함께 법률적, 윤리적 책임을 지고 역자주도 달아줄 번역 책임자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AI의 번역을 감수해야 할 각 분야 전문 감수자 그룹도 필요하고, 감수 작업용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는 직접 양성한 수천 명의 번역 감수자들이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출판번역용 AI 번역 감수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경제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Chat GPT 같은 거대언어모델은 원래 번역 용도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서, 학습 및 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더더욱 높은 비용을 사용자들에게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면, 오로지 번역 용도로 개발된 자사의 번역 AI는 학습 및 운용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비용으로 훨씬 좋은 성능을 나타냅니다.”
김 대표는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 같은 범용번역기는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 어렵다”며 “범용 번역기 하나를 써서 모든 분야의 번역을 도깨비방망이처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학 번역기로 과학논문을 번역해서도 안 되고, 어린이책 번역하는 번역모델로 경제 경영서를 번역해서도 안 됩니다. 번역가도 각자 자기 전문 분야가 있듯이 AI 번역모델도 분야별로 전문화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 회사는 분야별 전문가가 상시로 튜닝하는 전문 번역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른번역미디어는 번역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도체나 이차전지 업체들 같은 제조업에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오랜 업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듯이, 번역도 전문가들의 오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언어는 절대 간단치 않아서 IT 기술만으로 단시간 내에 번역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김 대표는 “번역만 좋으면 고객사는 알아서 우리 회사를 찾아온다”며 “특히 번역이 곧 상품인 출판업계에서는 편집자분들이 번역 품질에 민감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라고 말했다.
“기존 고객이 신규 고객을 데려오는 경우도 많아서 기존 고객 만족이 가장 중요합니다. 작년에 약 30억의 매출을 올렸는데, 고객들 수요에 가까스로 맞출 정도로 바쁘게 보냈습니다. 앞으로도 고객 만족이 가장 좋은 마케팅이라 생각하고 노력할 생각입니다.”
바른번역미디어는 과기부 R&D 지원사업, 중기부 창업도약패키지, R&D 사업화 자금지원, 신용보증기금 투자옵션부보증 등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고, 이에 더해 자체 영업이익으로 AI 번역 개발을 했다.
“현재는 개발된 고성능 번역 AI를 이용한 신규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투자유치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AI 번역이 완벽에 가까워지면 지금껏 상상하지 못하던 신나는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해집니다. 저희는 이를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자동번역기 개발에 LLM 모델이 도입된 이후, 눈에 띄는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만, 최근 수년간은 성능이 정체 현상을 보입니다. 8부 능선에서 중대한 난관을 맞고 있는 것이죠. 비유해서 말하자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국·영·수를 잘 배운 고등학생이라고 할 수 있어서, 쉬운 문장은 번역을 곧잘 해서 우리를 놀라게도 하지만, 어려운 문장을 만나면 여지없이 오역을 내곤 합니다. 사실 어려운 문장을 제대로 번역해야 상업적인 효용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번역 AI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성능고도화가 꼭 필요합니다. 기본기가 있는 고등학생을 번역 전문 대학에 진학시켜 번역전문가로 만들듯이, AI를 전문 번역가 수준으로 학습시키는 도전에 나섰고, 18년간 수많은 제자를 학습시켰던 노하우를 이용하여 AI 학습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기본 모델의 번역 실력은 처음 번역을 배우러 오는 제자들과 비슷했습니다. 비전문 인력들이 흔히 저지르는 오역의 유형과 매우 흡사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학습을 통해 개선되어 나가는 모습도 매우 흡사했습니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하나하나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그동안 모아두었던 은퇴자금을 사용했습니다. 반평생 축적해 온 자금을 털어 사용하는데 두려움도 컸지만, 한평생 번역 전문가로 살아오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헛되이 사라지게 두지 않고 마지막 결실을 만들 수 있게 되어서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창업 후 김 대표는 “우리 회사의 번역 AI가 최소한 우리글 번역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제품보다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기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문화 안보 차원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어느 외국 OTT 업체가 우리나라 드라마 대사 중의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번역해서 전 세계에 송출하는 바람에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말과 우리글의 자동 번역을 Chat GPT나 외국 번역기에만 의존할 경우, 이런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외국의 워드 프로그램이 있어도 국산 워드 제품인 아래한글이 있어야 하듯이, 번역에서도 우리 전문가들이 만들고 업그레이드해 가는 자랑스러운 국산 제품이 있어야 합니다. 언어는 늘 변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생명인데, 외국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한글 지원을 멈추기라도 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 우리 회사의 번역 AI가 최소한 우리글 번역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제품보다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기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문화 안보 차원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바른번역미디어 부설연구소에는 자연어처리 전문 박사, 석사 학위를 가진 연구원들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개발팀에 언어별 10여명의 직원이 추가로 함께 일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이공계와 인문계를 망라하여 다양한 전공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1,300여명의 각분야 전문가들이 자사에서 1년에 걸친 교육을 받고 전속 번역 및 감수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세계 번역시장은 매년 7%씩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고품질 AI 번역기가 만들어내는 신규사업에도 적극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00조원이 넘는 세계 번역시장에서 아직도 대부분은 사람의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AI로 번역을 수행하는 비율은 10퍼센트 미만입니다. 앞으로 수작업 번역이 궁극적으로는 AI로 대체된다고 볼 때, AI 번역시장은 이제 막 시작된 성장산업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른번역미디어는 번역에만 그치지 않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것입니다.”
바른번역미디어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창업도약패키지 사업에 뽑혔다. 창업도약패키지는 창업 3~7년 된 도약기 창업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최대 3억원의 사업화 지원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창업진흥원 지원사업이다. 스타트업의 경영 진단 및 개선, 소비자 요구 및 시장 환경 분석, 투자진단 및 전략 수립을 지원한다.
설립일 : 2020년 1월
주요사업 : 번역, AI 번역 플랫폼
성과 : 2022년 기업부설연구소 인정, 2023년 1월 벤처기업인증, 2023년 과기부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 선정, 2023년 8월 신용보증기금 증자참여권 투자계약체결,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도약패키지 기업 선정, 중소벤처기업부 2024년 중소기업 R&D 사업화 자금지원 기업 선정, 2024년 매출 약 30억원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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