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안 FLNG는 이런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심해 FLNG를 주문한 이탈리아 ENI를 제외하고 미국 델핀, 캐나다 웨스턴LNG, 노르웨이 골라LNG 등이 발주한 것은 모두 연안 FLNG다. 업계 관계자는 “연안 FLNG는 심해 FLNG와 달리 육지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작업자 숙식 공간을 만들 필요도 없다”며 “그 덕에 한 기당 가격은 2조원 안팎으로 3조~4조원에 달하는 심해 FLNG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FLNG는 일반 컨테이너선과 유조선보다 건조 난도가 훨씬 높은 고부가가치 설비로 꼽힌다. 블록 수십 개를 레고처럼 조립하는 컨테이너선과 달리 배관 수백 개를 정교하게 엮어야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조선사가 FLNG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그 이후 행보는 갈렸다. FLNG 사업을 사실상 접은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과 달리 삼성은 계속 매달렸다. 삼성의 ‘뚝심’은 ‘화석연료 회귀’를 내건 트럼프 시대를 맞아 마침내 꽃을 피웠다. 유일한 경쟁사인 중국 위슨조선소가 지난 1월 미국의 거래 금지 기업 리스트에 올라 삼성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FLNG를 발주하는 유일한 업체가 됐다. 이동현 삼성중공업 FLNG팀 상무는 “수업료를 많이 낸 덕에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사도 트럼프발(發) ‘LNG 르네상스’를 맞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노후 LNG 운반선을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도 LNG 관련 해양 설비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 FLNG
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의 줄임말.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저장·하역설비를 뜻한다. 바다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정제·저장하고 LNG 운반선에 옮길 수 있는 설비를 갖춘 시설이다
거제=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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