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9일 10:1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 경제는 세계화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다국적 기업들은 인건비와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으로 제조 기반을 이전하며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흐름 속에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을 더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기조 아래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높은 생산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세, 감세, 인센티브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핵심적인 정책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미국 내 생산 활동을 장려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관세 부과)과 미국 내 설비 투자 및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것(감세·인센티브 제공)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수입품 가격을 인상해 미국 내 생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둔화를 초래할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통상국을 상대로 강력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 매력도를 낮추려는 목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비 절감을 위해 ‘법인세 인하(감세)’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미국 내 생산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에 세계 최저 수준의 법인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집권 시절 ‘감세 및 일자리 법(Tax Cut and Job Act; TCJA)’을 통해 미국 연방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인하한 바 있다. TCJA 법안에 포함된 일부 조항이 2025년 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이를 연장하거나 개정하는 과정에서 법인세율을 15%까지 인하하는 방안과 친기업적 세법 개정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다만, 법인세 추가 인하는 연방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화당의 지지를 바탕으로 감세 정책이 일정 부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정부 조직 효율화 및 예산 삭감, 관세를 통한 추가 세수 확보, 미국 내 생산 활동 확대에 따른 잠재적 세수 증가 등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감세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및 주요 산업 투자 유치를 위한 또 다른 핵심 정책은 인센티브 제공이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뿐만 아니라 주정부, 지방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들에게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연방정부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IIJA), 반도체법(Chips Act) 등을 포함하며,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활용해 왔다. 인센티브는 현금 보조금, 저금리 대출, 세액공제 등 여러 형태로 지원되며, 특정 산업 또는 지역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또한, 연방정부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상시 운용되는 제도와 일정 기간에 한정되어 운영되는 제도가 있으므로, 한 건의 투자에 대해 복수의 프로그램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여러 프로그램 중 우선순위를 정하고 신청 시기와 방법을 전략적으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연방정부 인센티브와는 별개로, 미국 50개 주정부는 자체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정부는 신규 투자가 해당 지역 경제에 미치는 공헌도와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고려해 현금 보조금, 세액 감면, 인프라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신규 투자 시 생산기지 입지 선정 단계부터 주정부와의 인센티브 신청과 협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주정부 간 경쟁을 유도해 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또한, 주정부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연방정부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서로 별개로 운영되므로 중복 적용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이 보유한 풍부한 석유와 가스 자원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탈탄소·친환경 에너지 정책과는 상반되는 기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미국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 행정명령을 통해 그린 뉴딜 정책에 기반한 보조금 형태의 인센티브 지급을 즉각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 조치로 인해 IRA와 IIJA에 따른 인센티브 혜택을 받아온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센티브 지급 정지 명령의 의도가 무엇이든, 행정명령만으로 그린 뉴딜 인센티브를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제한적이며, 이를 철회하려면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심지어 2년 후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어 관련 법안이 완전히 폐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인센티브 지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 지급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따라 최근 많은 기업들은 인센티브 관련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을 인식해 인센티브 수령 요건을 충분히 숙지하여 성실히 준수하는 한편, 관련 증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정부 감사에 철저히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 내 공급망 재편을 둘러싸고 바이든 행정부는 대규모 재정 정책을 통해 접근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와 관세 정책을 중심으로 기업 유인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에 치중하는 경향이지만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 등 전략 산업군에 대해서는 추후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아울러 산업군에 관계없이 미국에서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주정부와 지방정부에 인센티브를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미국에서 투자금 대비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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