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4월 둘째주 월요일이 되면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도시 오거스타는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다. 여기에 자리잡은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막을 앞두고 '마스터스 위크'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세계 톱랭커와 전설들을 눈앞에서 보고,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회원제 클럽 오거스타 내셔널GC를 방문할 수 있기에 세계 각지에서 골프팬들이 몰려든다. 1년에 단 한번,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기회이기에 입장권은 재거래를 통해 수천 달러에 거래된다.
8일(한국시간) 제89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첫 공식 연습라운드를 시작으로 2025년의 마스터스 위크가 시작됐다. 이날도 골프장 인근에서는 티켓을 사려는 골프팬들이 장사진을 쳤고, 이날 하루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은 재판매 사이트에서 2000달러(약 294만원)대에 거래됐다. 오거스타내셔널에 입장해 마스터스 위크에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대회 기념품을 구매하고,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보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 셈이다. 그래도 마스터스 위크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기꺼이 이 가격을 치르며 암표를 구입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마스터스 역사상 가장 불운한 패트런(마스터스 대회 갤러리들을 이르는 말)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이날 오전 내내 이어진 큰 비로 입장 세시간 만에 일정이 중단되고 대회장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불운은 전날 이미 예고됐다. 통상 패트런의 입장은 오전 7시 시작되지만 이날 거센 비가 예보되면서 오거스타 내셔널은 전날인 7일 저녁 "예정된 시간에 개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나마 당일 오전 8시 "날씨가 허락하는 한 개장을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패트런들은 기념품 샵으로, 선수들이 연습하는 레인지로 향할 수 있었다. 기념품샵 입구부터 거의 게이트에 이르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오전 11시 25분 주최측은 혼을 울리고 패트론들에게 코스 밖으로 나가라고 알렸다. 선수들 역시 연습라운드를 치르지 못했고, 일부 선수들만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을 하다가 클럽하우스로 이동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이날 일정은 연기 끝에 재개되지 못하고 완전히 종료됐다.
오전 8시 입장 개시 이후 3시간 여만에 대회장을 떠나게된 패트런들이 오거스타 내셔널을 충분히 즐겼을 리는 만무하다. 선수들의 연습라운드를 지켜보기는 커녕, 기념품 샵 입장을 기다리다가 발길을 돌리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1년을 기다려 2000달러를 투자해 '꿈의 공간'에 입장했지만 단 세시간 만에 강제로 떠나게 된 셈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은 "티켓은 티켓 전면에 명시된 날짜에만 유효하다. 악천후나 기타 안전상의 이유로 대회를 중단하거나 골프장을 폐쇄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경우 환불, 우천보완티켓, 교환 또는 재발행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도 이날은 오후 별도의 발표를 통해 "월요일 연습라운드 티켓 구매자는 5월에 환불을 제공하고, 내년 월요일 연습라운드 티켓을 구매할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날 오거스타 내셔널을 찾은 대부분의 패트런은 리세일 사이트 등을 통해 구매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마스터스 위크 입장권은 대회 창설 당시 기여한 4만여명에게 대를 이어 제공되는 관람권, 그리고 매년 6월초 추첨을 통해 판매하는 극소수의 티켓 뿐이다. 공식 티켓은 100~150달러대이지만, '명인열전' 직관을 원하는 사람들은 재판매를 통해 수천달러로 구매한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적으로 웃돈 결과다.
오거스타내셔널 측은 원칙적으로 재판매를 통해 구입한 티켓을 인정하지 않는다. 리세일 등 공인되지 않은 방법으로 취득한 사실이 적발되면 대회에서 퇴장될 수 있다. 이날 오거스타 내셔널을 찾았던 수많은 패트런의 상당수가 환불 발표에도 웃지못한 이유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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