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미루는 타입이야. 이런 내가 기초 미적분학 강의를 2주에 격파할 수 있도록 세부 계획 짜줘.” 미국 주요 대학가 곳곳에 이런 문구가 크게 적힌 오픈AI의 옥외광고가 내걸렸다. 대학생이 시험을 앞두고 작성했을 법한 챗GPT 프롬프트 예시다. 오픈AI가 최근 대학생 이용자 확보를 위해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이다. 대학 인공지능(AI) 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대학생을 잡아야 추후 기업 고객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음날인 5일 오픈AI는 미국과 캐나다 대학생에게 월 20달러(약 3만원)인 챗GPT 플러스 기능을 3개월 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앤스로픽의 대학 전용 AI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리아 벨스키 오픈AI 부사장은 “AI 도구를 직접 다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지난해부터 대학 전용 서비스인 ‘챗GPT 에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테크매체 더버지는 “대학생이 미래 AI의 핵심 사용자층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자사 AI를 교육 현장의 기본도구로 만들려는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기반의 교육자용 AI, 마이크로소프트(MS)도 MS365코파일럿에 교육 AI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 대학생 앰배서더를 운영하는 등 대학생 이용자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의 20대 사용자 비율은 대학 학기 중인 3~6월, 9~12월에 뚜렷하게 늘었다. 강의 준비나 시험공부 등 대학생활에 클로바X를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문제풀이에도 AI를 쓴다. 클로바X의 ‘문제풀이’ 기능 사용 순위는 지난해 7월 전체 대화 중 21위에서 12월엔 2위까지 뛰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는 오픈AI와 서비스 도입 계약을 맺고 챗GPT를 올해의 교수로 임명했다. AI 활성화팀이라는 전담 부서도 만들었다. 스탠퍼드대는 학습 가속화센터 내 AI 전문팀을 운영한다. 캘리포니아주립대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정해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과 리포트 작성 과정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만 결과물에만 출처를 표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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