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 이사장이 한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 방위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 서울 용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아산 플래넘 2025’에서 정 이사장은 "오늘날 우리나라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일본이 아니라 북한의 공산주의 및 세습 정권"이라며 "더 강력한 핵 억제 보장이 필요한 동시에 침략과 오판을 억제하기 위한 집단 안전 보장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역시 "미국은 한국, 일본 등 동맹을 위해 냉전 시대만큼 핵 억지를 약속해야만 아시아 내 핵확산 바람을 막을 수 있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국) 핵 전방 배치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거의 30년이 됐는데, 수십 개 국가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미국의 신뢰 때문에 핵보유국이 되지 않았다"며 "그건 미국의 억지력 믿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캠벨 전 부장관은 더 나아가 한국이 북한의 침략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지역 안보를 위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미국이 원조를 줄여가는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활약과 적극적인 자세를 봤을 때 한국이 더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이 주요 7개국(G7)과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을 위해선 일본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본 내 일각에선 과거 전쟁 범죄 역사를 왜곡하며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를 인정하지 않는가 하면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빠지면 한·일 간엔 낮은 수준의 군사 협력에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일제의 한반도 점령이 막을 내리고 국민들의 반대 속에서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한지 60년이 됐다"며 "불행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한일 관계는 중요한 진전을 이뤄왔으며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를 도왔다"고 말했다.
일본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 역시 축사에서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은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민주주의, 법치, 자유무역, 인권 등 공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지난 80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평화의 길을 걸어갈 것이며 한국과 협력해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교 정상화 60주년 캐치프레이즈인 '손에 손잡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처럼,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동반자로서 함께 걸어가자"고 화답했다.
조 장관은 "그 어떤 나라도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미·중 전략경쟁이 제로섬 게임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바라는 나라는 없다"며 "앞으로도 상호 존중, 호혜, 공동 이익의 원칙에 기반해 중국과 건강하고 균형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해방 8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라는 주제로 아산정책연구원이 마련한 행사엔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 및 전 세계은행 총재, 카렌 하우스 전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존 햄리 CSIS 최고경영자(CEO),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차관보,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 쟈칭궈 베이징대 교수, 김성한 고려대 교수 및 전 국가안보실장,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 및 전 주미 한국대사, 나가미네 야스마사 전 주한 일본 대사 등 글로벌 외교 안보 전문가 50여명이 참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