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임직원 점심시간 1시간 지켜라"

입력 2025-04-23 20:13   수정 2025-04-24 00:59

금융회사들이 임직원 점심시간 단속 등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고 위험을 낮추고 생산성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사내 메일을 통해 ‘건전한 조직(기업) 문화 조성을 위한 준수사항’을 공지했다. 점심시간 과다 사용이나 계속적·반복적 지각이 적발되면 감봉 등 징계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나증권은 △정당한 지시사항 준수 △근무시간 및 휴게시간 준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휴가 사용 금지 및 사후 휴가 지양 △부하직원 단속 △금융인으로서 품위 유지 위반 금지 등도 요구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방만하고 나태해진 조직 문화를 다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그룹 차원에서 있었다”며 “같은 이유로 실적 개선을 위한 핵심성과지표(KPI)도 수정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비슷한 시기에 전체 부서장을 대상으로 ‘점심시간 1시간 규정을 제대로 지키라’는 메시지를 공지했다. KB금융그룹 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경영전략회의에서 비용 통제 및 근태 관리가 화제에 오른 뒤다. KB증권은 직원들이 당번제로 돌아가며 점심시간을 사용하도록 했다. 법인카드 사용 시간 및 용처에도 엄격한 제한을 뒀다. KB증권 직원은 “서울 여의도에선 오전 11시20분에 나가도 식당 착석이 쉽지 않다”며 “인사부서에서 순찰을 돈다고 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KB자산운용 한 임원은 “출입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기 때문에 점심시간 1시간에서 1분이라도 늦으면 안 된다”며 “은근히 압박이 세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울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부터 ‘바른 근무문화 정착을 위한 다움 캠페인’을 실시 중이다. 근태와 복장 등 측면에서 조직 문화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점심시간을 1시간으로 못 박되 몇 시에 시작할지는 부서별로 재량껏 운영하도록 했다. 별도로 오전 9~11시, 오후 2~4시는 집중근무 시간대로 정했다. 카페 사용은 물론 흡연도 삼가야 한다. 또 팀장 및 부서장 이상은 정장을 입도록 했다.

금융회사들이 엄격한 시간 관리 등을 강조하고 나선 건 최근 잇따라 터진 금융사고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에선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이 우리은행에서 730억원의 부당 대출을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작년 말 1300억원 규모 금융사고에 휘말렸다.

역대 최대 이익을 낸 작년과 달리 올해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진 점도 금융회사들의 고민거리다. 노동생산성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4.4달러(2023년 기준)로 OECD 38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대기업은 아직 점심시간 1시간 엄수 등 지침은 내놓지 않고 있다. 구내식당 과밀화 등의 문제 때문이다. 다만 한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점심시간이 늘어져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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