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전국 1만4295곳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의 열기는 뜨거웠다. 일부 투표소 앞에는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 이전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날 오전 6시께 서울 서초동 원명초 투표소 앞은 일찌감치 현장을 찾은 유권자 150여 명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1시간 뒤인 오전 7시께엔 100m가량 대기줄이 생겼다. 이곳에서 만난 전모씨(73)는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3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며 “다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던 모양”이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전국 각지에서 한 시간 사이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108만4008명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투표를 위해 방문한 오전 9시41분께엔 지지자들 간 잡음이 일기도 했다. 남색 정장 차림으로 김건희 여사와 함께 등장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몇몇 지지자는 “기죽지 말라” “존경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반면 자영업자 주모씨(34)는 이들을 향해 “계엄 사태 이후 장사가 부쩍 어려워졌다”며 “무슨 낯짝으로 투표소까지 온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투표를 마친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진 것과 관련해 불안감을 드러낸 유권자도 적잖았다. 서울 용산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최영화 씨(67)는 “사전투표가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생각에 본투표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며 “선관위가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모씨(29)도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전투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선관위의 준비가 부족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유권자는 선거 막판 주요 대선 주자가 네거티브 공방을 벌인 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투표를 마친 이모씨(32)는 “대선 과정 내내 성숙한 토론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대한민국이 마주한 경제와 국제 정세가 녹록지 않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정책을 살펴보고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기권표를 던졌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전업주부 강모씨(57)는 “지금까지 꾸준히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뽑을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았다”며 “하나의 의사 표현 수단으로 기권표를 던지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날 충북 옥천군의 최고령 주민인 이용금 씨(121)도 딸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생전 마지막 선거가 될 수 있어 투표에 참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남 남해안 일부 섬 주민은 선관위가 마련한 유람선을 타고 투표에 나서기도 했다.
정상원/안시욱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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