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AI, 옴니채널 등이 바꾸는 기업의 부동산 전략 [삼일 이슈 프리즘]

입력 2025-06-18 10:32  

이 기사는 06월 18일 10: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이런 이유로 기업의 부동산 전략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기업의 부동산 전략은 일반적으로 자산매입, 관리 또는 매각, 임대 및 임차전략, 입지 또는 거점 전략 등 보유 부동산의 관리 및 운영 효율성을 최적화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는 해당 지역의 발전 가능성이나 관련 산업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부동산 전략을 재편하는 것은 시장 환경의 변화나 기업의 목표에 맞춰 부동산 자산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경제, 기술, 사회적 변화, 또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비용 절감, 수익 증대, 리스크 관리, 유연한 운영 환경 등을 달성할 수 있다.
부동산 전략 재편 시 고려사항
부동산 전략 재편은 기업의 유동성과 사업모델 측면에서 비(非)핵심자산을 유동화해 핵심 자산에 투자하거나, 기존 업무 환경을 최적화해 공간 효율을 높이고, 투자 목적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모든 산업 영역에서 적용되는 인공지능(AI)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부동산은 단기 변동성이 큰 자산이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략 재편 시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전략 변경 시 발생하는 비용을 비롯해 자금 운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현재 자산의 가치 평가 등이 재무상태에 미치는 영향, 법적 및 규제 환경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의 부동산 전략 재편은 단순히 자산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서 전체적인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다. 시장 변화, 기술 발전, 기업의 목표에 따라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최적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기업은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구구조 및 기술에 따라 진화하는 부동산 전략
최근 한국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수도권 중심의 산업 집중,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산업 전반의 구조적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경영 전략뿐만 아니라, 부동산 활용 방식과 공간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통업과 디지털 기반 기업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공간의 재정의와 집중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첫째,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기업의 인력 수급과 소비 시장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용노동부의 ‘2030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320만 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치명적인 인력난을 초래할 수 있다. 기업은 인재 확보를 위해 수도권으로 이전과 집중을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 본사의 약 75%가 수도권에 위치하며, 이는 자원과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둘째, 인구 및 고용구조 변화는 기업의 부동산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지방에 분산되던 제조업체의 연구개발(R&D) 거점이나 생산시설이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 유통 및 플랫폼 기반 기업 또한 오프라인 공간을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브랜드 경험과 고객 접점의 핵심 거점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기업들은 수도권 핵심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장기 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집중시키며, 일부는 복합문화공간이나 체험형 매장 등으로 공간을 기획해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셋째, AI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공간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AI는 유통업의 운영 효율화(재고 관리, 물류 자동화), 고객 경험의 개인화(추천 시스템, 챗봇), 옴니채널 전략(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운영) 등 전방위적인 혁신을 진행 중이다. 특히 AI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간 기획과 매장 운영 전략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이는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한 판매처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브랜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무신사, 쿠팡, 마켓컬리 등은 AI 기반 고객 분석을 통해 자사브랜드(PB) 상품을 기획하고, 이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실험하고 확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 동선을 분석하고 매장 운영을 자동화하며, 브랜드 경험을 데이터 기반으로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의 부동산 전략을 ‘분산에서 집중으로’, ‘소유에서 활용으로’, ‘판매에서 경험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부동산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브랜드, 기술, 인재를 연결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인식한다. 기업의 부동산 전략은 점점 더 기술 중심적이고, 데이터 기반이며, 고객 경험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다.
연구거점 수도권으로 옮기는 제조기업
지방에 소재한 주요 제조기업은 최근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R&D 투자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그동안 강재를 최대한 저렴하게 매입해 선박을 잘 건조하고 빠르게 인도했던 한화오션이 정보기술(IT) 부문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무인(無人) 상선과 무인 함정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 전투기 등 최신 기종에 적용될 IT, 소프트웨어(SW), AI 등 개발 직군을 전원 서울로 배치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도 울산에 있던 설계·R&D 조직을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이동했다.

포스코그룹은 전통적인 철강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미래차 소재와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분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연구개발(R&D) 거점 전략 또한 재편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포항시에 위치한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외에도 경기도 성남시 위례지구 내 부지를 매입했으며, 해당 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수소, AI, 빅데이터 등 포스코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내 기술 인프라와 인재 풀을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포스코그룹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철강, 조선, 방산 등 전통 제조업 전반에서 정보기술(IT)과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지방에 분산돼 있던 R&D 본부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투기, 잠수함 등 고도화된 무기체계가 무인화되고, 여기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결합되면서 제조업과 디지털 기술 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풍부한 디지털·융합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는 곧 기업의 공간 전략과 부동산 활용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업 부동산 전략의 변화는 대체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규제나 입지 한계로 전략을 조정하거나 보완하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이는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제도적 환경과 실행 여건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샘표식품은 경기 이천에 간장 공장을 설립한 이후, 장기적인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약 8만5000㎡ 규모의 부지를 추가 확보하며 확장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되면서, 공장 증설이 장기간 제한받게 됐다. 이로 인해 수출 확대 및 설비투자 계획이 지연됐고, 기업은 결국 충북 제천으로 이전을 결정했다. 이 사례는 수도권 내 입지 전략을 수립할 때, 규제 환경을 면밀히 고려하고, 변화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 광주 오포읍에 위치한 롯데칠성의 음료 공장은 수도권정비계획법과 국토계획법의 이중 규제로 인해 지난 45년간 단 한 평도 확장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물류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생산 효율성에도 제약이 따랐다. 롯데칠성은 기존 입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근 안성에 신규 공장을 신축하며 생산 인프라를 보완했다. 이 사례는 부동산 관련 의사결정 시, 지역별 규제 차이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장기 생산성과 운영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지 전략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옴니채널 위해 부동산 재편하는 유통 플랫폼
이커머스 중심으로 성장해온 주요 유통 플랫폼 기업은 최근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옴니채널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공간을 확보하고 부동산 투자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물류 거점 확보를 넘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과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복합문화공간, 체험형 매장, 브랜드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거점으로 삼은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무신사타운’이라는 이름으로 성수동 일대를 하나의 브랜드 클러스터로 개발하고 있다. 2019년 옛 동부자동차서비스 부지를 매입해 ‘무신사 캠퍼스 E1’을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최소 6곳 이상의 부지를 확보하며 13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중 일부는 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까지 병행했다. 무신사는 부동산 투자와 운영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담 조직도 내부에 두고 있다.

무신사는 단순한 사옥 확장을 넘어, 패션·식음·전시·커뮤니티 기능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무신사 스토어 성수’를 조성 중이다. 또한 신진 디자이너와 입점 브랜드를 위한 팝업 공간 ‘MPTY’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통 플랫폼이 아닌, 공간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행동 변화에 따라 유통 기업은 단순한 온라인·오프라인 이원화 전략을 넘어, 옴니채널 기반의 통합 유통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플래그십 스토어, 물류 허브, 리테일과 물류 복합 공간 등으로 부동산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앱 기반의 주문·결제 시스템을 중심으로, 매장을 단순한 음료 판매 공간이 아닌 디지털 접점이자 물류 거점으로 바꾸고 있다. 일부 매장은 픽업 전용 매장으로 운영되며,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에서 빠르게 수령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고객 동선과 디지털 수요에 맞춰 매장 입지를 재설계한 사례로,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의 융합을 추구하는 옴니채널 전략과 부동산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대표 사례다.

이마트는 전국의 대형마트 점포를 활용해 점포 기반 풀필먼트 센터(Store Fulfillment Center)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고, 당일 배송 또는 매장 픽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수도권 주요 점포는 라스트마일 배송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며, 물류 효율성과 고객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는 기존 부동산 자산을 디지털 유통 인프라로 재활용한 전략적 사례다.

이제 유통 플랫폼 기업도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의 융합인 옴니채널 전략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고객 경험 중심의 공간 전략을 통해 단순한 판매를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이 수도권으로 연구 거점을 집중하며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려는 흐름과 유사하다.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부동산 전략 재편
오늘날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구 구조의 급격한 전환, 수도권 중심의 산업 집중,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 발전, 기후 변화와 같은 외부 요인은 기업의 경영 전략 전반에 구조적인 재편을 요구한다. 특히 삶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기업이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식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전략적 과제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부동산 전략 재편이다. 부동산 전략 재편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는 고비용·고위험의 결정이기 때문에, 그만큼 정교한 분석과 장기적 비전이 요구된다. 입지 선정, 자산 유동화, 공간 기능의 재정의, 기술 융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는 곧 기업의 전략적 사고와 실행 역량을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부동산 전략 재편은 기업의 미래 방향성과 직결되는 중대한 의사결정이다. 한 번의 결정이 장기간에 걸쳐 기업의 운영 효율성과 재무 구조, 나아가 브랜드 전략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의 부동산 전략은 더 이상 부수적인 관리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부동산 전략을 어떻게 재편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미래 경쟁력은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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