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CC(파70) 16번홀(파4). 약 4m 거리에서 친 임진희의 버디 퍼트가 중간쯤에서 멈춰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유일한 팀전 다우챔피언십(총상금 330만달러) 최종 라운드, 20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렉시 톰슨과 메건 캉(모두 미국)을 1타 차로 추격하고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버디를 놓친 것이다. 파로 홀을 마무리한 임진희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이소미에게 “미안해”라고 말했고 이소미는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그리고 17번홀(파4)에서 이소미는 버디를 잡아내 공동 선두로 팀을 끌어올리며 임진희의 부담을 덜어줬다. 연장으로 이어진 승부, 이번엔 임진희가 화답했다. 18번홀(파3)에서 포섬 방식으로 열린 연장에서 4m 버디 퍼트를 성공해내며 이소미와 함께 LPGA투어 첫 승의 기쁨을 완성했다.제주 출신 임진희와 완도 출신 이소미, 두 ‘섬 소녀’가 김아림 김효주 유해란에 이어 올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의 네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한국 여자골프의 부활을 알린 순간이다. 이 대회는 단체전이어서 세계랭킹 포인트는 못 받지만 두 선수는 우승상금 80만5381달러(약 10억9000만원)를 나눠 갖고 각각 시드 2년을 확보했다.
이소미는 한국 여자골프 엘리트 코스를 걸은 선수다. 2017년 국가대표를 지냈고 2020년 KLPGA투어 첫 승을 시작으로 5승을 올렸다.
두 선수를 가깝게 만들어준 것은 ‘동병상련’이었다. 지난해 나란히 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미국 무대에서 쓴맛을 봤다. 두 선수 모두 ‘무관’으로 시즌을 마쳤고 임진희는 신인상도 2위로 놓쳤다. 지난해까지 건설사 후원을 받은 이들은 경기 악화로 올해 재계약에 실패하는 아픔도 더해졌다.
임진희는 다행히 지난 4월 신한금융그룹과 손을 잡았다. 신한금융은 남자 선수만 후원한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여자 선수 후원을 결정했다. 5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만난 임진희는 “올해 꼭 우승을 거두겠다”고 약속했다.
연장전은 팀워크의 승리였다. 톰슨의 티샷은 핀 2m, 이소미의 티샷은 4m 옆에 떨어졌다. 먼저 퍼트에 나선 임진희는 완벽한 라인을 만들며 버디를 잡아냈다. 그 뒤에 나선 캉이 압박감으로 짧은 퍼트를 놓쳐 이소미와 임진희의 우승이 확정됐다. 임진희는 “소미와 함께했기에 가능한 우승이었다”고 공을 돌렸고 이소미는 “믿을 수 없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두 선수는 “한국 여자골프의 저력을 지켜내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이소미는 “한국 여자골프는 절대 죽지 않았다.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증명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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