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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혁신해도…정부 심사만 490일

입력 2025-07-02 17:29   수정 2025-07-03 01:15

국내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의료기기가 ‘이중 규제’에 막혀 의료 현장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두 번의 인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사용한 적이 없거나 세계 최초로 개발된 의료기기는 식약처의 인허가 과정 외에도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야 한다. 신의료기술평가란 새로운 의료기술이 국민에게 사용되기 전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세밀하게 평가하는 제도로 2007년 도입됐다. 다만 도입과 동시에 이중 규제 논란이 불거졌다. 신의료기술평가 기간에는 시장 진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임상을 거쳐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의료기기를 또 한 차례 평가해 시장 진입만 늦춰진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신의료기술평가까지 받게 되면 개발 기간을 제외한 인허가 기간만 최장 490일이 걸린다.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2007~2016년 국내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비율은 전체 신청 기관과 기업 가운데 23%에 불과하다.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경험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식약처 허가를 받기 위해 낸 논문이 있는데도 보건의료연구원은 무작정 새로운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를 가져오라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모호한 평가 기준에 기업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루트로닉은 레이저로 ‘황반변성’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런데도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에서는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호주 업체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겼다.

정부는 이 같은 불만을 받아들여 ‘선(先) 진입, 후(後) 평가’ 방안을 지난해 11월 내놨다. 그러나 적용 대상은 인공지능(AI) 진단보조기기 등 일부 소프트웨어형 의료기기와 체외 진단기기 등에 그쳤다. 이영규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이사장은 “모든 의료기기에 대한 선 진입 후 평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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