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계의 보상 체계로 이 정도 성과를 낸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사진)는 6일 “해외 유학생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야구 선수가 스스로 마이너리그행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사인 김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코넬대 정책학과 교수를 거쳐 홍콩과기대 경제학과 교수를 맡았다. 지난해부터 연세대 의대와 홍콩과기대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홍콩 대학들의 주요 타깃은 연구 성과는 좋은데 그만큼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교수들”이라며 “일부 유럽 국가와 한국, 일본 교수들에게 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 상위권 대학 경제학과 신임 조교수 연봉은 2억원이 훌쩍 넘는다. 한국 주요 대학 교수 초봉은 7000만원 수준이며, 이보다 낮은 대학도 많다. 홍콩·싱가포르는 미국과 비슷한 연봉에 더해 월 수백만원의 거주비까지 지원한다. 김 교수는 성과 보상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호봉제 틀을 깨고 성과가 특출난 ‘스타 교수’에게 전폭적인 지원과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교수 월급조차 10년 이상 못 올리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콩과기대만 해도 능력에 따라 연봉은 천차만별이다. 연차가 쌓여도 조교수 초봉 수준에 머무르는 교수가 있는 반면 1~2년 만에 5억원 넘게 받아 가는 교수도 드물지 않다.
해외로 빠져나간 인재들이 국내로 돌아오게 하려면 결국 국내 학계의 수준을 ‘메이저리그’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외국 대학에서 교수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1군’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그 정도 수준이 되는 학교는 KAIST뿐”이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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