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사인 인지그룹의 계열사가 일제히 보유 자사주 전량을 최대주주 또는 관계사에 처분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 시행 전에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인지컨트롤스와 코스닥시장 상장사 싸이맥스 및 인지디스플레이 이사회는 지난 11일 자사주 처분과 타법인 주식 취득 안건을 모두 가결했다.
인지디스플레이는 관계사 싸이맥스에 자사주 8.12%(356만5174주)를 넘기고, 싸이맥스는 최대주주 인지컨트롤스에 자사주 6.44%(70만3815주)를 매각한다. 인지컨트롤스는 비상장사 유텍솔루션과 정구용 인지그룹 회장(79)에게 자사주 4.05%(64만500주)를 처분한다. 유텍솔루션은 정 회장과 자녀 세 명이 지분을 나눠 가진 가족회사다. 정 회장은 상장회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회사 측은 자사주 처분 목적이 운영 자금과 투자 재원 확보 등에 있다고 밝혔으나 증권가에서는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가 주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자사주 처분을 마치면 핵심 계열사 인지컨트롤스의 정 회장 일가 지분율이 38.89%에서 42.94%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인지그룹 계열 상장사들이 실적 대비 크게 저평가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인지컨트롤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에 불과하다. 비슷한 매출을 올린 디스플레이 부품사 인지디스플레이의 PBR은 0.3배다. 주가가 낮을수록 오너 일가가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승계하는 데 유리하다.
새 정부 들어 자사주 관련 규제 도입 움직임이 나타나자 자사주 처분을 서두른 것으로도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장사가 기존 보유 자사주도 소각하도록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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