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폐식용유 수출량은 9만5312t으로 수입량(9만4529t)을 앞질렀다. 반기 기준 수출량이 수입량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한국산 폐식용유 수입을 늘린 게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미국의 수입량은 6만7496t으로 전체 한국 수출 물량의 71%를 차지했다.
셰브런, 필립스66, 다이아몬드그린디젤(DGD) 등 미국 기업이 한국산 폐식용유에 눈독을 들이는 건 대중 무역 제재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월 중국산 폐식용유에 1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다 중국도 바이오연료용 폐식용유를 수출할 때 세금 13%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폐지하며 사실상 수출 제한에 나섰다. 세계 최대 폐식용유 배출국과의 거래가 막히자 한국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2년 전인 2023년만 해도 미국의 한국산 폐식용유 수입량은 5450t에 불과했다.
미국은 2050년까지 모든 항공유를 SAF로 대체하기로 하고, 항공유에 SAF를 투입하는 비율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폐식용유는 2034년 187조원 규모 시장으로 커질(시장조사기관 프레세던스리서치 추산) SAF의 핵심 원료다. 바이오연료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국내 업체들은 컨테이너 단위로 폐식용유를 쓸어가는 미국 기업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폐식용유 수급 불안이 계속되면 정부와 항공업계가 세운 SAF 도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은 국제 기준에 따라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1%가량 넣는 걸 의무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폐식용유만 연간 42만t인데, 현재 국내에서 수거하는 물량은 37만t에 불과하다. 수입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지만, 중국이 바이오연료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오연료업계에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은 팜유 공장이 많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 정부가 아닌 개별 기업이 앉으면 물량 확보와 단가 산정 때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국산 폐식용유에 수출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시욱/라현진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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