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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弗 제시했는데…美, 4000억弗 투자 요구

입력 2025-07-24 17:58   수정 2025-07-25 01:52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국내 기업들과 함께 1000억달러(약 137조원) 이상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측은 4000억달러(약 547조원) 이상의 대미 투자 약속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이 미국의 관세를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최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4000억달러(약 550조원) 규모 펀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방위산업과 조선업 등 한·미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제조업으로 한정해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요구하는 투자 펀드는 앞서 일본이 미국에 약속한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와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일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일본의 공적 금융기관이 최대 5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관련) 출자·융자·융자보증을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자금만 대고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도요타 같은 일본 회사가 미국에 와서 공장을 짓는 것과 투자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투자 패키지는 한국이 그동안 관세 협상을 위해 준비해온 국내 기업들의 대미 현지 투자 계획과 달리 금융 투자 지원책이라는 취지다.

한국 정부도 방산과 조선 등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과 유사한 금융 지원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규모는 미국 측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기축통화로 여겨지는 엔화를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지만, 한국 원화는 기축통화도 아니고 조달 금리도 일본보다 높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한다고 해도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별도로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위해 미국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항공기 등을 포함한 ‘1000억달러+α’ 대미 구매 패키지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대기업 그룹들도 대미 투자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도 대규모 신규 투자 프로젝트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통상 전문가는 “미국은 어음이 아니라 현금을 원한다”고 말했다.

김대훈/김리안/정영효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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