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새로운 한·미 관세협상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글로벌 AI산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 되면서 AI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협력·투자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정부의 관세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내 첨단 AI 반도체 시설·기술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워싱턴DC행 비행기에 오른 이 회장의 주요 출장 목적 중 하나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미국과의 관세협상 측면 지원이다. 그는 AI 반도체 협력,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추가 투자 등을 협상 카드로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는 테일러에 짓는 파운드리 및 연구개발(R&D) 시설 외에 최첨단패키징 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당초 테일러에 440억달러(약 62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2개와 최첨단패키징 라인, R&D 시설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2월 최종 발표 때는 투자 규모를 370억달러로 줄이면서 최첨단패키징 시설을 뺐다. 당시 대형 파운드리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투자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삼성이 미국에 최첨단패키징 시설을 지으면 단순 계산으로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의 미국 투자금이 더해진다.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투자액을 십시일반 모아야 하는 한국 정부와 기업 입장에선 ‘가뭄에 단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메모리 반도체 전문 인력 부족과 유지·보수 인력 파견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두 회사가 각각 경기 평택과 용인에 초대형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중복 투자 리스크도 있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 투자와 관련해선 경제 논리보다 통상협상 등 정치 논리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게 비용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 정부 압박과 빅테크 등 미국 고객사의 자국 내 생산시설 확대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미국 메모리 라인 신설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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