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서울 동교동에 있는 레디영약국. 입구에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 가능”이란 문구가 각 언어로 표기된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왼편에 ‘기초 제품 및 더마 화장품’ 코너가 진열장 5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시각 매장을 찾은 손님 11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약사들은 영어로 기미 치료용 연고와 크림 등을 소개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온 교포 케빈 씨(35)는 “출장차 한국에 왔다가 아내가 사달라고 부탁한 리쥬비넥스(PDRN 성분 함유 크림)를 사기 위해 들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의 화장품 매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일 동아제약에 따르면 여드름 치료와 색소 침착, 흉터 등에 사용하는 피부외용제 3종(노스카나·애크논·멜라토닝)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5% 증가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SNS를 통해 효과가 좋은 약국 뷰티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피부외용제 3종이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의 ‘EGF 액티브 바이탈 크림’은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9개월 만에 전국 약국 1만1000곳에서 27만 개 이상이 팔려 나갔다. 네오심플릭스의 병원 전용 화장품 브랜드 ‘Dr.리쥬올’도 외국인 사이에서 인기다. 파마리서치의 약국 전용 화장품 ‘리쥬비넥스’ 크림은 피부 재생 효과가 뛰어나다는 평가에 한때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외국인 의료관광 수요의 증가도 약국 전용 화장품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의 의료 소비액은 2023년 상반기 223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896억원으로 2년 새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6월 기준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는 38만104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에서 약국 이용 비중이 약 60%로 가장 높았고, 피부과는 21%로 뒤를 이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뷰티 인기로 올리브영 등에서 판매되는 일반 화장품뿐 아니라 의약품 기능이 더해진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한국인이 프랑스 파리 몽주약국을 찾던 것처럼 외국인이 K뷰티템을 사기 위해 약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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