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완구기업인 손오공이 중고차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 저출생으로 아동 인구가 줄어들자 성인용 장난감과 게임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대주주가 자동차 유통회사인 HK모빌리티로 바뀐 뒤 신사업으로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손오공 브랜드로 중고차 판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손오공의 변신은 손오공을 인수한 HK모빌리티의 한영철 대표가 이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손오공 사내이사를 겸임 중인 한 대표는 지난 1일 경기 부천 손오공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모빌리티와 완구 모두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다는 본질은 동일하다”며 “손오공이라는 브랜드로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HK모빌리티는 지난 6월 손오공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가지고 있던 폭스바겐 딜러사(클라쎄오토)의 경영권을 손오공에 넘겼다. 지난달엔 손오공이 서서울자동차산업, 태원그룹 등과 중고차 복합단지 ‘서서울모터리움’의 경영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한 대표는 “손오공은 중고차 매매사와 공존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며 “금융사와도 제휴해 중고차 회사들이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매물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가 계약 만기 후 소비자에게 돌려받은 리스·렌트 자동차를 확보해 중고차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얘기다.
한 대표의 풍부한 경험이 이런 변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우자동차에서 국내외 수출 영업을 총괄해 30대에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이후 볼보트럭코리아 대표와 오토플러스 대표를 지내며 완성차 제조부터 유통, 중고차 플랫폼까지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한 의장은 “플랫폼을 확장해 온·오프라인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유통 모델을 생각 중”이라며 “양질의 중국 전기차를 유통하는 방안 등 모든 방면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성인용으로 완구 사업 확대
손오공이 중고차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본업인 완구 사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서다. 아동 감소에 중국산 장난감 확산이 겹치면서 손오공 매출은 2021년 756억원에서 지난해 320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11억원 영업이익에서 95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한 대표는 “기존 사업이 위축된 현시점이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는 백지상태”라며 “중고차 사업과 완구 사업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항간에서 제기되는 완구 사업 축소는 절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021년 지식재산권(IP)을 전담해 온 초이락컨텐츠컴퍼니가 손오공에서 분사하며 약화된 IP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 대표는 “이모티콘이나 웹툰 등을 만드는 창작자들이 손오공을 통해 자체 IP를 만들어 내고 이를 상품화해 이익을 내는 상생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며 “기존 임직원의 사기를 높이면서 우수한 외부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한 대표는 “인기 해외 IP를 내세운 완구를 유통하는 기존 사업 방식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동감한다”며 “영유아 중심의 소비자층을 키덜트(키즈+어덜트)로 넓히고 닌텐도 스위치 2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내년까지 완구 부문에서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대표는 “손오공을 모빌리티와 완구 사업을 하면서 자체 IP도 생산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키우고 싶다”며 “특정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성장 가능성과 미래에 투자하는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천=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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