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음악가가 된 김서현이 한국 청중과 만난다. 올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더클래식 2025’ 시리즈의 다섯 번째 공연을 선보인다. 최수열 연세대 음악대학 교수의 지휘로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6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아르떼와 만난 김서현은 “최수열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공부했던 곡을 선보일 기회를 처음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제 연주에 만족한 적 없어요”
김서현의 천재성은 어디서든 통한다. 그는 2023년 스위스에서 열린 티보르 바르거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티보르 바르거 가문의 후원으로 1753년산(産) 과다니니를 쓰는 영예도 누리고 있다. 과다니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니엘리 델 제수와 함께 ‘세계 3대 바이올린’으로 꼽히는 명기다. 김서현은 2022년 미국 쿠퍼 국제 콩쿠르, 2021년 벨기에 이자이 국제 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우승을 휩쓴 비결을 묻자 김서현은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것뿐인데 좋게 말씀들 해주신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김서현이 바이올린과 처음 만난 건 갓난아기 때다. 당시 어머니의 사촌 동생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곤 했는데 김서현이 넋 놓고 그 연주를 바라봤단다. 3살 땐 피아노를 배웠지만 손에 익지 않았다. 클라리넷도 소리 내기가 어려웠다. 바이올린은 5살에 시작했다. 김서현은 “악보를 읽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먼저 익히는 방식으로 시작해서 연주 실력이 빠르게 늘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실력이 붙으니 재미도 따랐다. 주변의 언니, 오빠들이 연주하던 드보르작의 ‘유머레스크’는 김서현이 도전하고 싶은 첫 곡이 됐다. 이 곡을 깔끔히 연주하게 됐을 즈음 김서현은 하루 8시간을 악기에 쏟는 연습벌레가 돼 있었다. 새벽 2~3시까지 활을 드는 경우도 흔했다. 더 나은 연주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그는 “무대에서 정말 잘했다 싶어도 만족 수준은 80% 정도고 보통은 60%”라며 “작품을 공부할수록 표현할 수 있는 게 계속 보여서 만족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끝없는 연습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진 않을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만큼 감내해야 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연습으로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음악으로 힘을 받죠.”

올 10월 독일 유학길 올라
지쳤던 때가 없던 건 아니다. 학교를 다닐 땐 연습을 하면서 학교 일정도 소화해야 하니 심신이 피곤했다. 김서현은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홈스쿨링을 택했다. 여유를 되찾자 하고 싶은 게 생겼다. 김서현은 오는 10월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로 했다. 독일어 공부도 하고 있다. “유학 가서 음악 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어요. 선생님들께 마스터클래스를 받으면서 더 성장할래요.”
머리를 식힐 땐 그만의 비법이 있다. 하루 10분씩 꼭 멍을 때린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는다고. 맛난 한식을 먹는 것도 에너지를 채우는 방법이다. 삼계탕을 비롯해 찌개, 떡볶이 등을 즐긴다. 한식을 찾기 어려운 해외에선 대안으로 베트남이나 태국 요리집을 찾을 정도다. 음악에선 여러 작품을 두루 접하며 각각의 매력을 발견하려는 쪽이다. “최근엔 슈베르트와 모차르트의 곡들이 좋아요. 연주하기엔 바흐 작품이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요. 단순하게 보이는데 프레이징을 길게 연결하기엔 어렵더라고요. 테크닉이 까다로운 곡보다는 음악적인 표현을 잘 소화해야 하는 곡이 어려워요.”

연주 해석에서 추구하는 길은 명확하다. 작곡가의 의도를 거스르진 않되 연주자의 자율성을 살릴 수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김서현은 “비브라토(일정 음역을 빠르게 떨듯 소리 내는 기법), 빠르기, 활의 속도, 타이밍에서 제 해석을 가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목표도 뚜렷하다.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공연을 준비하면서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와 클라라 주미 강 선생님을 만났는데 두 분 모두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단 게 느껴졌어요. 저도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제 자신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연주자가 됐으면 해요.”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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