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23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 및 만찬을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24일 방미길에 오르는 만큼 정상회담과 만찬은 방일 첫날인 23일 열린다. 강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6월 셔틀외교를 조속히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번 방일을 통해 양 정상 간 개인적 유대와 신뢰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발전은 물론 한·미·일 협력체계 등 역내 안보 문제를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협 대응과 일본 납북자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강 대변인은 “역내 평화와 안정,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이 제3국이 아닌 상대국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는 건 지난해 9월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방한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만난 이후 처음이다. 두 정상은 임기 중 총 1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빠른 시간에 일본에 한 번 갈 생각이었는데 일본이 선거 때문에 매우 바빠졌다고 한다”고 밝히는 등 관계 발전 의지를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추진한 양국 관계 개선 노선을 유지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방문을 앞두고 한·일이 밀착하는 모습을 이 대통령이 보여주려는 의도된 ‘외교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미·일 3국 간 공고한 협력체제를 바라는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에 대해 미국이 품은 그간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이는 일본으로서도 반길 만한 일이다. 일본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과거 일본을 향해 내놓은 강성 발언 등을 근거로 경계감을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장기적으로 집단 성폭력을 가한 것”이라고 했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때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고 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이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하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현재 전략 환경에서는 한·일 관계,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심사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의제와 분위기를 가늠해볼 기회여서다. 일본으로서도 이 대통령의 ‘대일(對日)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한재영/김형규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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