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인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는 6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19일 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원모(67)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원씨는 "제가 저지른 행동들에 대해 분명히 반성하고 있다. 잘못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원씨 측은 다만 "살인미수 혐의도 인정하나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이었다"며 "피고인은 억울함을 표현할 유일한 길이 방화라는 극단적이고 잘못된 망상에 빠졌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원씨에 대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보호관찰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청구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살인미수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라며 "동기와 수단, 정황 등을 종합할 때 향후 다시 살인죄를 범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방화 사건은 지난 5월 31일 발생했다. 원씨는 당일 오전 8시42분께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구간을 지나던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 휘발유 3.6리터를 붓고 불을 질러 자신을 포함한 승객 160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승객 6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화재로 전체 승객 481명 중 원씨를 포함한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또 열차 1량이 일부 소실되는 등 3억원 이상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원씨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나온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으며,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부인과의 이혼 소송에서 패소해 재산 분할에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모욕감을 느끼고 피해망상적 사고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원씨가 범행 전 휘발유를 미리 구입해 범행 기회를 물색하러 다니고, 정기예탁금·보험 공제계약 해지와 펀드 환매 등으로 전 재산을 정리한 뒤 친족에게 송금하는 등 신변을 정리한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 원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기일은 다음 달 16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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