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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모두의 음악, 나만의 음악

입력 2025-08-19 18:00   수정 2025-08-27 16:20

음악은 본질적으로 시간의 예술이다. 연주와 함께 사라져버리는 아름다움, 그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둘 수는 없는 것이다. 바흐가 레오폴트 대공을 위해,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가문을 위해 연주했듯이 오랜 시간 음악은 극소수 특권층만의 호사이거나 정치적 혹은 종교적 목적을 위한 도구였다. 일반인에게 음악은 교회에 가거나 축일 때 구경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다.

1877년 에디슨이 발명한 포노그래프는 음악의 시간 제약을 해방시켰다. 원시적인 금속 포일 기술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비약적으로 발전해 이제 라이브와 재생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성능을 자랑한다. 녹음·재생 분야의 혁명이 시간의 족쇄를 풀었다면, 인터넷과 통신 기술은 공간 제약을 해결했다. 이 통합된 기술 혁명은 불과 150년 만에 음악예술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 우리는 이어폰 하나로 베토벤부터 K팝까지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왕들보다도 훨씬 풍요로운 음악적 경험이다. 태양왕 루이 14세도 자신이 좋아하는 오페라를 새벽 3시 침실에서 반복해서 들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클라우드 스트리밍의 등장으로 ‘소유’ 개념마저 사라졌다. 인류가 축적한 모든 음악 유산을 월 1만원으로 무제한 들을 수 있다. 수억원짜리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도 있다고 하지만, 과거 왕실 전용 궁정악단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하다. 음악 분야에서만큼은 정말 ‘(거의) 완전한 평등’이 실현된 것이다.

하지만 감상은 음악의 일부 영역에 불과하며 고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창작과 연주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이 창작의 영역마저 넘보고 있다. 예를 들어 수노 AI, 유디오 같은 앱은 적절한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상당히 완성도 높은 곡을 뽑아낸다. “슬픈 발라드, 피아노 중심, 비 오는 날 분위기”라고 입력하면 몇 분 만에 작사부터 편곡까지 완료된 음악이 나온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어떨까. AI의 도움을 받아 내가 원하는 곡을 쉽게 작곡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정말 마지막 남은 인간의 영역은 연주뿐이다. 스트리밍으로 아무리 많은 음악을 들어도, AI가 아무리 완벽한 곡을 만들어도,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경험은 대체할 수 없다. 발터 베냐민이 말한 ‘아우라’는 감상과 창작 영역에서는 계속 희석되겠지만 연주에서는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그날 컨디션에 따라, 듣는 사람과의 교감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된다. 모두의 음악이 돼버린 세상에 연주만이 나만의 음악일 수 있다. 아마추어면 어떤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연주하는 즐거움이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이번 주말에 마음에 드는 악기를 하나 골라잡아 보자.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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