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정책 기조가 ‘확장재정’으로 돌아서면서 우리나라 내년 예산 총지출 규모가 730조원 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집중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돈을 쓸 때는 써야 한다’는 정책을 펴겠다는 건데 지출증가율 만큼이나 국채발행 역시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26년 예산안’ 편성을 마무리 짓고 이달 말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재정 운용에 있어서 저성과 부문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그 여력을 성과가 높은 부분에 집중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재정건전성만 유지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더 악화하는 측면도 있다”며 “경제를 살릴 때는, 적극적인 세출을 늘릴 때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구 부총리의 발언은 2026 예산안의 기본 편성방침과 맞닿아있다. 낭비성, 관행적 지출은 줄이되 지출을 해야할 곳엔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은 720조~730조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2~3% 지출 증가율을 고수하던 윤석열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가 매년 7~9%의 증가율을 보여줬던 점을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도 비슷한 규모로 살림살이를 짤 가능성이 높다. 올해 예산은 673조3000억이다. 여기서 8% 증가 시 내년 예산은 약 727조원, 9% 증가 시 약 733조원에 이른다.
복지부문 예산에서는 우선 아동수당이 내년 몫으로 2조2201억원 반영된다. 만 0~7세(8세 미만) 아동들에게만 주어지던 월 10만원 아동수당 수급연령을 내년부터 0~8세(9세 미만)로 1세 올리면서다.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기 위한 예산도 반영된다. 단 모든 요양병원은 아니고, 일정한 요건(인력, 시설 등)을 갖춘 곳에만 건강보험을 적용해 줄 예정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국에 요양병원이 1300여곳 정도 되는데, 이중 정부가 제시할 요건을 갖춘 곳은 절반정”라며 “일각에서는 요양병원 간병비 적용 재원이 연간 15조원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자격이 되는 곳에만 적용을 제한하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내년 요양병원 간병비 건강보험 재원은 5조~6조원 가량이 유력하다.
이외 소득 활동을 하는 국민연금 수급자의 연금 삭감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긴다. 월 소득이 509만 원 미만일 경우 현재와 달리 연금 전액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목표이며, 2030년까지 약5356억 원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된 재원은 2026 예산안에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공의대를 어느 지역에 지을 것인지, 또 각 공공의대별 의대생 수는 얼마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중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대신 비대면 진료를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처방전을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해주는 공적 시스템 구축 재원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균형성장 중에서도 ‘다시 살아나는 농산어촌’이라는 주제 하에 향후 5년간 쓸 재원으로 12조원을 잡아놨다. 이중 농어촌 주민수당이 내년 예산안에 담길 전망이다. 농어촌 주민수당은 월 15만~2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방안이 유력한데 정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한 뒤 2028년 본사업 전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외 전국 대학교 200곳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직장인까지 확대하고, 이 역시 시범사업 형태로 일부 산업단지에서 우선 시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들어가는 교육세도 일부 손질한다. 현재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이중 교육세 재원은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유특회계)에 우선 배분된 뒤, 남은 금액의 절반씩을 각각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와 초·중·고교 몫인 교육교부금으로 배정한다. 정부는 고특회계에 들어가는 비중을 현행 50%에서 60~90%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도덕적 해이 현상을 유발하는 실업급여 예산을 일부 조정하고, 국방비 무기 획득 체계 개선 등으로 의무지출 2조원 가량을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이번에 추진한다.

총 지출 규모가 700조원을 넘긴 것이 이번이 처음일뿐더러, 전년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이다보니 국채발행도 대폭 커질 전망이다. 나랏빚인 국고채 발행액은 2018년 97조4000억원에서 2021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180조5000억원까지 치솟은 뒤 지난해 15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수부진이 쉽사리 해소되고 있지 않은 데다 이미 45조6000억원 규모의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됐고, 내년 7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마련하면서다.
덩달아 국가채무도 불어날 전망이다. 중앙정부 국가채무는 2018년 651조8000억원에서 2020년 819조2000억원, 2022년 1033조4000억원, 지난해 1141조2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는 역대 최고인 1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