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 퀴어 노동자, 예술가가 되다
청년의 뒤를 비디오로 담은 인물은 마크 브래드포드, 3분가량 이어지는 작품, ‘나이아가라’는 아무런 사운드 없이 그의 작업실 이웃이었던 멜번의 뒤를 흑인 퀴어 남성의 시선으로 쫓을 뿐이다. 흑인, 퀴어, 노동자… 소소한 일상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긴장이 감돌고, 평범하게 살기 위한 다짐에는 저항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는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삶의 다양한 층위를 마주했다. 거리에서 수집한 전단지, 신문지 등은 영감의 소재가 되었다.


<Mark Bradford: Keep Walking>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내년 1월 25일까지 열리는 <Mark Bradford: Keep Walking> 기획전은 노동이 예술이고, 예술이 노동이 되는 거대한 삶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전시장 바닥 전체를 덮는 거대한 작품, ‘떠오르다’는 거리에서 수집한 부산물들을 긴 띠의 형태로 재단하고 노끈으로 이어 붙인 회화적 설치물이다. 관람객은 직접 그 위를 걸어보며 마크 브래드포드의 변화하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부산물들의 움직임과 색색의 표면을 눈과 발끝으로 지켜보는 것은 흥미롭다.


미술관 공간에 맞춰 특별히 제작한 연작 시리즈 ‘폭풍이 몰려온다’는 2005년 미국 남부를 덮친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통해 미국 최초의 퀴어 운동가이자, 자신을 드래그의 여왕이라 칭한 윌리엄 도어시 스완의 삶을 비춘다.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Keep Walking’ 그리하여 승리할 것. 스완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속삭인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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