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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자진 출국'이라는데…美 장관 "한국인 추방" 표현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09-09 07:18   수정 2025-09-09 08:44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로 체포당한 우리 국민들이 '추방'당할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PBS 등 외신들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안보동맹 파이브아이즈 장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놈 장관은 구금된 한국인들과 관련해 이들은 “추방될(deported)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석방 후 자진출국 형태로 이들을 데려온다고 설명해 왔는데 이와 배치되는 것이다.

그는 "합법적으로 이 나라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구금되기 전에 자진해서 귀국할 기회가 지금 당장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조지아에서 이뤄진 이번 단속으로 구금된 많은 이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법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중 일부는 단순 불법 체류를 넘어 범죄 행위나 기존 최종 추방 명령이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그에 따른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 전체를 불법을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한 셈이다. 다만 놈 장관이 일부를 대상으로 말한 추방 명령을 미리 받았으나 이를 무시한 이들에 관한 설명은 현재 한국인들의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 놈 장관이 사실관계를 잘못 표현했거나, 한국인이 아닌 이들의 상황을 섞어서 말했을 수 있다.

자진출국과 추방은 재입국 가능성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추방의 경우 추방 기록이 남고 향후 5년 혹은 10년 동안 미국에 재입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구적으로 입국을 못할 수도 있다. 또 미국 내에 자산이 남아 있더라도 이를 처분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불이익이 크다.

반면에 자진 출국은 합법적인 비자를 통해 재입국할 수 있다. 다만 불법체류로 판단된 기간에 따라 재입국에 제한이 있다. 불법체류 기간이 180일을 넘어갈 경우 3년간 입국이 어렵다. 이 기간이 1년을 넘었을 경우엔 최대 10년까지 입국이 제한될 수 있다.

180일 미만의 경우엔 별도의 입국 금지 기간은 없으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는 데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전역에는 지금 한국 기업들이 투자 실사를 많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관세 장벽이 생기고 또 한국 정부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해 왔기 때문에, 어차피 투자를 해야 한다면 어디가 좋을지 어떤 분야로 하면 좋을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에서 미국 시장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서 투자 심리는 싸늘하게 얼어 붙고 있다. 현지 시찰을 나간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공장 건설과 운영 비용이 한국의 몇 배에 달하는 미국에서 생산을 하는 것 자체를 부담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커녕 단기체류 비자 요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쇠사슬을 동원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하자 앞으로 비자는 물론이고 어떤 다른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한 기업인은 "환경 문제나, 미국인 고용 관리 과정에서 노조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을의 처지가 된다면 보이지 않는 비용이 앞으로 무수히 추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8일 한국경제신문의 조사 결과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14곳 중에서 70%가 이대로는 사업을 못 한다고 응답했다.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이렇게 응답했다면,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던 회사들은 거의 모두 백지화를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렇게 하더라도 결국 한국은 투자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놈 장관은 이런 단속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강경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불확실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논리를 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기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들어와서 일하라고 하면서 비자를 좀 더 늘려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이렇게 들어온 전문가들이 “미국인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를 좀 풀어주는 대가로 기술 노하우를 넘기라는 뜻이다.

당연히 이곳에서 공장이 운영되면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공유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기다리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적극적으로 미국인 직업훈련을 맡아줘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이다. 동맹국에 제조업 부흥의 책임과 비용을 떠넘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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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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