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기금을 포함한 한·미 무역협정 서명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익이 되지 않는 서명을 왜 하느냐”며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직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은 협상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관세를 내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러트닉 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백악관에서도 무역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관세 협상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이는 흑백이 분명한 문제”라고 했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일본이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기금 운영권을 미국에 일임하는 방식으로 미·일 무역협상을 타결한 것을 거론하며 한국도 이와 같은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러트닉 장관은 “나는 그들이 일본(협상 타결)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연함은 없다”며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달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전 합의문 작성을 추진했으나 최종적으로 불발됐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기금을 미국이 원하는 시기에, 미국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받은 돈으로 ‘경제안보기금’을 조성해 미국의 제조업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재 25%인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것은 물론 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 때 한국에 최혜국대우를 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무역협상 조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12일에도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해 나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한재영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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