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 이익의 90%를 미국에 귀속시키는 이른바 ‘일본식 수익 배분 모델’을 한국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이를 ‘독소조항’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국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어렵게 합의한 15% 상호관세 혜택마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이미 최종 서명했고 한국은 이를 검토 중”이라며 “유연함은 없다”고 못 박았다. 협정을 거부할 경우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다시 25%로 복귀할 것이라는 경고다.
러트닉 장관은 또 일본이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해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등 미국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5500억달러 투자금이 회수되기 전까지는 일본과 미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지만 이후부터는 미국이 90%를 가져간다”며 한국에도 같은 방식을 받아들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 정부는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말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에 합의했지만, 펀드 구조와 수익 배분 문제에서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긴급 방미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나 합의문 작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좋으면 사인해야 하는데,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나”라며 불리한 합의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협상이 결렬돼 관세가 다시 25%로 복귀할 경우 한국 수출업계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통상 전문가는 “일본은 협정을 통해 대미 관세를 15% 수준으로 묶어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한국만 협상을 접는다면 경쟁국 대비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