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대한민국 대표 인공지능(AI) 중심도시로 발돋움한다. 지난 5년간 AI 중심도시를 목표로 기틀을 다져온 광주시는 국내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역 AI 생태계를 구축했다. AI 1단계 사업을 통해 국가 AI 데이터센터 등 세계적 수준의 AI 기반 시설을 마련하고 인재 양성과 기업 유치에도 힘써왔다. 광주시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단계 사업에 나선다. 시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AI 실증도시로 한 걸음 더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국가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첨단 3지구 AI 집적단지에는 자동차·헬스케어·에너지 분야별 AI 실증센터를 짓는다.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지어진 자율주행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다양한 차량의 성능과 안전성을 가상으로 검증할 수 있다.
광주시의 AI 기반 시설은 국내 AI 기업들을 속속 광주로 불러들였다. 2019년 이후 323개 기업과 투자 등의 업무협약을 맺었고, 이 중 158개사가 광주에 사무소를 열어 6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또 광주시의 창업 지원을 통해 731개 스타트업이 도움을 받았고, 12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 결과 광주에 뿌리내린 기업들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미국 CES 2025에 참가해 혁신상 7개를 받았다.
AI 인재 양성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 유일의 실무형 교육기관인 광주 AI사관학교는 2020년 개설 이후 5년간 1221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교육비가 전액 무료이며 탄탄한 커리큘럼을 갖춘 것이 장점으로, 졸업생의 약 70%는 취업 또는 창업에 성공했다. 지역 대학을 활용한 AI 융합대학과 AI 대학원을 통해 매년 4000명 규모의 AI·디지털·반도체 인재도 배출하고 있다.광주시 관계자는 “2027년 개교 예정인 AI 영재고등학교까지 들어서면 기초과정부터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AI 인재 사다리’가 완성된다”며 “지역 인재들이 성장 단계별 교육을 받고 광주에 정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AX는 ‘AI 전환(AI transformation)’을 뜻한다. 시민의 생활과 도시 운영, 산업 전반에 AI가 스며들게 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광주시는 2단계 사업의 향방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광주의 주력 산업인 모빌리티(미래 차)와 에너지 분야에 AI를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는 지역 전략산업 AI 전환 △교통·안전·의료·행정·환경·문화 등 일상 전반에서 시민이 변화를 느끼는 시민 체감형 혁신 △연구·실증·사업화 거점인 AI 이노스페이스를 구축해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 인증 시스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 확충이다.
광주시가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것은 ‘모두의 AI’, 즉 모든 시민이 혜택을 누리는 포용적 혁신이다. 광주시는 ‘광주형 모두의 AI 플랫폼’을 개발해 시민 참여형 민주주의부터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확산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AI가 시민 의견을 모아 행정에 반영하는 ‘AI 민주주의 플랫폼’이 도입되면 누구나 정책 결정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광주시는 AI 2단계 사업을 본격화하면 모든 분야의 시민 일상에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교통·안전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테스트베드와 AI 교통신호 시스템이 출퇴근길 혼잡을 줄이고, 지능형 CCTV가 보행자 사고를 예방한다. 대중교통은 AI 예측 시스템으로 버스 도착 시간을 정확히 안내한다. 자율주행 셔틀과 드론 택시(UAM·도심항공교통)를 도입하면 장소 이동도 편리해진다. 의료·건강 분야에서는 AI가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해 질병을 조기 발견하고, 응급환자 이송 경로를 최적화해 골든타임을 확보한다. 생활환경에선 AI가 미세먼지를 감지해 경보를 발령하고 스마트 그리드(전력망)가 에너지를 자동 관리해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인다.
최태조 광주시 인공지능산업실장은 “3375곳의 공공시설을 ‘AX 실증랩’으로 개방해 공원·도서관 등 생활 공간에서 AI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시민들은 최신 AI 서비스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변화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된다”고 말했다.
민관을 합쳐 최대 2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AI 컴퓨팅센터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집적하는 컴퓨팅 허브다. 광주에 투자한 기업들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환경을 제공하고 국내 AI산업 혁신 속도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는 이미 AI 집적단지 내에 5만㎡의 부지를 확보하고, 120메가와트(㎿)급 대용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변전소 시설까지 마련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시민들은 AI로 더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고, 기업들은 광주에서 미래 산업의 기회를 찾게 될 것”이라며 “‘꿈과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라. 광주가 세계로 나갈 발판을 만들어주겠다’는 구호처럼, 광주는 AI 실증의 무대와 도전의 기회를 모두에게 열어 두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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