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와 몸무게를 측정해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가 정상 범위라도 ‘임상 비만(Clinical Obesity)’인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상 비만이란 체지방 축적에 따른 대사 장애, 장기 손상, 일상 기능 저하 등까지 반영된 새로운 비만 분류 체계다.
26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대학 신민정 교수(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BMI 기준과 새롭게 제시된 임상 비만 기준을 적용, 비교했더니 미국 성인의 약 45%가 임상 비만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연구재단 정부지원사업 지원을 받은 해당 연구 결과(논문명 ‘Prevalence of Clinical Obesity in US Adults Based on a Newly Proposed Definition’)는 이날(한국시간)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JAMA(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네트워크 오픈’에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팀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데이터를 토대로 BMI 기준과 최근 란셋 당뇨병·내분비학 위원회가 제안한 임상 비만 기준으로 나눠 비교·분석했다.분석 결과 BMI 기준 비만율은 43.8%, 임상 비만율은 44.7%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으나 데이터를 뜯어보면 두 기준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는 25.8%에 그쳤다. BMI 기준으로는 정상 범주인 약 20%가 임상적으로는 대사 장애 등 비만 관련 질환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BMI상 비만으로 분류된 상당수가 실제 임상적 문제는 없었고, 반대로 체중은 정상 범위지만 △대사 문제 △장기 손상 △기능 저하가 나타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가령 A씨는 비만인데 내장지방이 적고 B씨는 정상 체중이지만 내장지방이 많다면 BMI만으로 각각의 비만 관련 질환 위험성을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령대별 양상도 달랐다. 고령층은 BMI는 높지 않은데 대사 문제나 기능 저하로 임상 비만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젊은층은 BMI가 높아도 임상적 이상이 없는 사례가 상당수였다. 임상 비만이 기존에 확인되지 않던 위험군을 포착한 셈. 연구팀은 “체중만으로 비만을 구분하는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료 현장과 보건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고비 등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신약 개발이 활발한 상황에서 ‘실제 비만 치료’ 필요 대상을 보다 정밀하게 가려내는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신 교수는 “체중 감량뿐 아니라 체지방 관리와 기능 보존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만이 단순 체중 문제가 아닌 임상적 질환으로 재정의되면 향후 건강보험 적용 범위와 치료 접근성,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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