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가 패션업계를 휩쓸고 있다. ‘패션도 예술의 영역’이란 이유로 AI 활용에 소극적이던 명품 브랜드들이 AI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자인, 마케팅 등 여러 방면에서 AI 활용이 늘자 일각에선 어디까지 AI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잇따르고 있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 패션위크’ 화두는 AI였다. 뉴욕 패션위크는 런던·밀라노·파리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로 꼽히는 주요 무대다. 이 기간 랄프로렌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AI 챗봇 서비스 ‘애스크 랄프(Ask Ralph)’를 공개했다. 60여 년에 걸친 랄프로렌 컬렉션을 학습한 AI가 개인 스타일리스트처럼 상황과 아이템에 어울리는 옷차림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사용자가 ‘데이트 갈 때 입을 옷을 추천해줘’라고 하면 상·하의, 액세서리 등을 제안해준다.
랄프로렌뿐만이 아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알렉산더왕은 뉴욕 패션위크 런웨이 무대 배경을 AI로 만들었다. 패션위크에 참여한 미국 브랜드 러브셰이크팬시는 자신의 사진을 올린 후 옷을 선택하면 가상 착용 샷을 보여주는 AI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다른 브랜드 서브스태커는 AI를 활용한 컬렉션 이미지를 공개했다.
지금까지 AI 활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명품 브랜드들이 AI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H&M 등 대중 패션 브랜드와 유통사는 일찌감치 트렌드 파악을 위해 AI를 도입했지만, 장인정신과 희소성을 강조하는 럭셔리 브랜드는 AI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AI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최근 럭셔리 업체의 AI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AI를 활용해 패턴과 프린트를 만들고, 이를 적용한 상품을 온라인 채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발렌티노도 최근 반스와 협업해 AI로 제작한 단편 영화를 선보였다.
패션업계에서 AI 활용이 늘자 논쟁도 잇따르고 있다. 게스는 지난 8월 패션잡지 보그에 AI 모델을 사용한 후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브랜드의 마케팅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 반응도 있었지만, 모델 일자리를 빼앗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AI 모델 개발을 주도한 영국 AI 마케팅 전문 업체 세라핀발로라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실제 모델도 고용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패션 관련 AI 시장이 커지면서 이런 논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는 패션 AI 시장이 올해 29억달러(약 4조원)에서 2035년 894억달러(약 125조3000억원)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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