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킹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됐던 단기 자금이 주식형 ETF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단기 상품에 넣어뒀던 자금을 끌어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15일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대표 파킹형 ETF인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에서 최근 한달(9월3일~10월2일)간 693억원의 개인 투자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제외하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전체 ETF 중 개인 순매도 규모가 두번째로 컸다.파킹형 ETF는 마치 자동차를 잠시 주차했다가 빼는 것처럼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기에 적합한 상품을 말한다. 이 중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는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초단기 금리를 하루 단위로 복리 적용하는 ETF다.
이 밖에 3개월 이내 초단기 채권에 투자하는 ‘RISE 머니마켓액티브’에서도 같은 기간 221억원이 순유출됐다. 순매도 규모 9위다.
순매수 1~10위는 주식형 ETF가 채웠다. 상위 10개 ETF 중 파킹형 ETF는 한 개도 없었다. 특히 미국 대표지수형 ETF로 자금이 몰렸다. ‘TIGER 미국S&P500’에 3500억원이 몰렸고, ‘KODEX 미국S&P500’에도 1450억원의 개인 자금이 순유입됐다.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1223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1192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1000억원)도 순위권에 들었다.
금 ETF에 대한 투자 수요도 많았다. 개인 투자자들이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를 각각 2527억원, 194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나란히 순매수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단기 상품으로 자금을 굴리며 시장을 지켜보던 개인투자자의 태도 변화는 지난달 들어 본격화했다. 한국과 미국 증시가 강세장 초반 쏟아진 차익 실현 매물을 소화하고 나서도 우상향하자 당분간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8월은 휴가철이기도 하고 증시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전이라 단기 자금 ETF 수요가 이달 초까지 이어졌지만, 최근 한국과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주식형 ETF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대표지수 ETF는 물론 반도체 레버리지, 금·은 등 귀금속 ETF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개인투자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미국발(發) 반도체 훈풍이 이어지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속도를 내면 증시가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당분간 미국 증시의 인공지능(AI) 강세장에 힘입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가 미국 AI 투자 밸류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코스피는 미국 AI 강세장에 연동되는 시장으로서 매력이 재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반도체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만큼 차익 실현 출회로 인한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관련뉴스








